한국사람들은 왜 영어를 못할까?

한국에서 할 일 없이 빈둥대며 누워있는데 엄마가 "너 엄마 친구 딸내미 영어 과외 한번 해볼래?"라고 물어보신다. "뭐? 걔 몇 살인데? 초등학생이야?" 라고 물어보니 이번에 갓 스무 살이 된 대학생이란다. 그런데 영어를 한마디도 못해서 영어 회화를 배워보고 싶다고 했단다.

우리 엄마는 "걔는 그런 거 못해, 걔가 영어를 어떻게 가르쳐" 라고 손사래를 쳐놓고선 빈둥대는 딸 모습이 좀 한심했는지 나한테 넌지시 물어보시더라. 

 

나는 어깨 뽕이 잔뜩 들어가서, "초보들 영어로 말하는거 가르치는 거 쉽지! 차라리 아무것도 모르는 초등학생 꼬맹이나 성인이 나아, 수능 영어나 시험영어는 나도 몰라! 그래서 얼마 준대?"라고 입을 나불대고 있었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동사가 뭐고 현재 완료가 뭐고 아무것도 모르던 시절이 있었고 초등학생들이 읽는 영어 동화책을 더듬 더듬 읽던 내가 영어 과외 제안을 받는 위치에 올라섰다니! 새삼 감격스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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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학생들은 왜? 

한국 학생들의 고질적 문제는 듣기와 읽기는 곧잘 하는데 반해 말하기와 쓰기가 안된다는 거다. 

반대로 나는 그게 참 이해가 안됐다. 첫 어학연수를 시작했던 필리핀에서부터 나는 늘 스피킹은 학원 내 1등이였고 쓰기도 나쁘지 않았는데 비해 듣기실력이 형편없었기 때문이다.  

아직도 나는 남자친구에게 아직도 왜이렇게 듣기가 안늘지, 라는 고민을 털어놓고 아직도 리스닝보다 스피킹이 훨씬 자신있는 영역이다. 

 

 

 

# 영어의 생산 - 소비.

듣기와 읽기는 수동적인 영역이다. 생산-소비로 따지면 소비 쪽에 가까운 성격이다. 

우리가 유튜브, 인스타, 블로그, 네이버 실시간 검색어를 보면서 시간을 소비하듯이 듣기와 읽기는 내가 내 시간을 소비해서 듣고 읽기만 하면 된다는 것이다. 

 

반대로 말하기와 쓰기는 소비가 아닌 철저히 생산이다. 

생산자로서 자신이 무엇을 만들었는지 사람들 앞에 내보여야 하는 위치이다. 그런데 대다수의 한국사람들은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 생산자의 역할을 어려워하는 것 같다. 한국사회 전반적으로 개인의 의견을 당당히 말하는 문화가 어색하고 영어는 똑똑한 유학생이나 이민자들의 전유물 이라는 언어라는 인식이 강해서인지, 한국인들이 영어를 생산하는거에 있어서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는게 나는 너무나 안타깝다. 수능영어나, 토익을 한번쯤은 본 한국학생들이라면 말하고 쓸 수 있는 최소 문법 지식은 가지고 있을 거라 생각되기 때문에, 남을 의식하는 사회적 인식에서 자유로워지면 영어로 말하고 쓰는 일도 조금은 쉬워질텐데 말이다. 

 

 

 

#  생산자가 되는 법. 

내 성격은 사실 내성적인데 내 생각과 주장을 이야기하는 걸 좋아한다. 그래서 영어를 배웠다. 한국어로 한국인들과 소통하는 이 세계가 좁다고 느껴져서. 

그래서 영어를 단순히 듣고 보고 읽고 하는 소비보다 내 생각을 말하는 생산을 더 좋아한다. 영어로 일기를 쓰고 현지인들과 떠들다보면, 시간이 쌓이면서 내 실수가 뭔지 자연스럽게 알게 된다. 내가 어떤 문장을 원어민과 비교했을 때 다르게 쓰는지, 발음은 뭐가 다른지 하나씩 수정하고 보완하는 것이다. 

생산자가 되는 법은 간단하다. 우선 똥을 싸질러 놓는다. 이때 중요한건 자기 검열을 하면안된다. 일단 뱉어놓고, 써놓고 보라. 수정-보완은 나중 문제다. 그리고 내가 싸질러 놓은 똥들을 조금씩 예쁘게 빚어나가는 과정을 거치면된다. 생산은 그렇게 하는 것이다. 싸질러놓고 보완하고 개선하고. 

무엇보다 꾸준히 똥을 만드는 생산자가 되려면 이 모든 생산과정을 즐겁게 여겨야 한다는 것이다!

 

 

 

# 언어의 존재의미.

영어는 언어이다. 애초에 언어가 탄생하게 된것은 타인과 소통을 하기 위해서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타인의 생각만 듣고 타인의 일기장만 훔쳐봐서는 안된다. 그건 변태다. 내가 누구인지, 내 생각은 어떠한지 마이크를 잡고 이야기하고 빈 종이에 써서라도 알리는 쌍 방향간의 노력이 있어야만 온전한 소통을 했다고 할 수 있다. 

영어는 소통을 위한 수많은 언어도구 들 중 하나일뿐이며 어떤 언어도구를 배울 것인가는 당신의 선택이다. 

 

영어를 잘하려면 미드 쉐도잉을 하라는 둥, 나가서 외국인 친구를 만나라는 둥 별의별 조언이 넘치고 넘쳐난다.

나는 영어공부법을 찾기 전에 당신이 자신의 목소리를 생각을 만천하에 낼 준비가 되었는지, 그리고 영어로 어떤 사람들과 소통을 하고 싶은건지 그것부터 물어보고 싶다. 딱히 사람들과 소통할 의지도 없는데 영어가 세계 공용어니까, 영어를 하면 멋져보이니까, 혹은 영어를 잘해야 취업이 잘되니까. 라는 이유로 배우려고 한다면 영어는 언어로서의 존재의미를 잃게 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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