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 리스닝, 내가 아는 만큼만 들린다!

나는 영어를 20대 후반에 본격적으로 공부를 하고, 필리핀 어학연수와 캄보디아에서 영어를 가르치는 봉사활동을 다녀온 후  영국으로 워홀을 간 케이스다. 그리고 영국 워홀 생활 동안 운이 좋게도 영국인 남자 친구를 만나 사랑을 하게 되었고 그와 결혼을 준비하려 잠시 한국에 들어와 있게 되었다.

 

 

 

남자 친구는 나를 만나고 나서부터 나와 한국어로 대화가 하고 싶다면서 런던에서 한국어 강의를 듣기 시작했고 지금은 한글을 읽고 쓸 줄 아는 단계이고, 기본적인 문장도 서툴지만 말을 할 줄 안다. 이런 남자 친구가 나에게 늘 하는 주장이 있다. 

 

 

 

"나는 스피킹 실력보다 리스닝과 리딩 실력이 훨씬 좋아!" 라는 것이다. 

 

 

 

하지만 이것은 성인이 되어서 제2 외국어를 배우는 학습자가 꼭 하는 생각의 오류 중 하나이다. 

 

 

 

영국에서 남자 친구와 같이 있을 때 엄마가 내게 카카오톡으로 전화를 걸어온 적이 있다. 그렇게 내가 우리 엄마와 통화를 하고 있으면 남자 친구는 꼭 우리 엄마와 통화를 하고 싶어 했다. 그래서 대화를 하게 내버려 두면 내 남자 친구는 자기가 '학원에서만 배운 형식적인 문장들'로만 엄마에게 질문을 했고, 우리 엄마는 그 질문들에 나름 천천히 대답을 해주었는데 문제는 남자 친구가 엄마가 하는 말이 무엇인지를 모른다는 것이다. 

 

 

 

결국 가운데서 나는 영어로 통역을 해주어야만 하고, 그렇게 통화는 나만 진이 빠진 채로 종료가 된다. 

 

 

 

남자 친구의 주장에 따르면 그의 리스닝은 괜찮기에 엄마가 해주는 말들을 다 알아들어야 하는 건데, 왜 그러질 못하는 걸까? 그건 우리가 말을 할 수 있는 만큼만 들리고, 내가 아는 만큼만 들을 수 있기 때문이다. 

, 

 

 

 

---

 

리스닝? 스피킹? 둘은 어떤 상관관계일까?

 

 

 

 

 

#1. 우리는 성인 학습자이다. 결코 어린아이들이 배우는 과정대로 배울 수 없다.

 

 아기들이 언어를 습득할 때 듣기 - 말하기 - 읽기 - 쓰기 순으로 이루어진다고 한다. 아이는 부모가 하는 말을 계속해서 듣고 그 소리가 완전히 귀에 익게 되면 맘마, 엄마, 아빠, 좋아 이런 짤막한 단어들을 내뱉게 된다. 그리고 시간이 조금 더 지나면 한글, 알파벳처럼 즉 글자 자체를 익히게 되고 익힌 글자들을 통해 짧은 동화책을 읽을 수 있게 된다. 그렇게 시간이 조금 더 지나면 초등학교 때 매일 썼던 일기처럼 '글 다운 글'을 쓸 수 있게 된다.

 

 

 

반대로 성인이 새로운 언어를 배울 때는 아이가 자연스럽게 언어를 습득하는 것과는 정 반대의 과정을 거치게 된다고 한다. 성인에게 최적의 학습법은 아이와 반대인, 기초적인 문법 및 이론들 - 쓰기 - 읽기 - 말하기 - 듣기 순서라는 것이다. 

 

 

 

남자 친구가 한국어를 습득하는 과정을 옆에서 지켜보면, 남자 친구는 자신이 할 수 있는 말들이나, 자기가 알고 쓸 수 있는 단어들은 아무리 빨리 말해도 다 알아듣는다. 

하지만 자신이 배우지 않은 말들을 들으면 전혀 감을 못 잡는 것이다. 그의 귀에는 모르는 단어나 문장들이 소리처럼 흘러가듯 들리기 때문에 자신이 모르는 단어나 문장들은 아무리 천천히 말해줘도 그 뜻을 설명해주지 않는 이상 전혀 이해를 하지 못한다. 이렇듯 성인 외국어 학습자는 전혀 다른 시각으로 영어에 접근해야 한다.

 

 

 

 

#2. 안 들린다고? 그건 당신이 모르는 표현이기 때문에!

 

 영어를 배우기 전에는 나도 소위 '흘려듣기 공부법'의 신봉자였다. 미드를 틀어놓고 있기만 해도 영어 리스닝이 늘고 입이 트인다니! 세상에서 이렇게 쉬운 기적의 공부법이 어디 있나? 하지만 세상에 공짜는 없는 법. 

백날 천날 리스닝 공부한다고 미드 틀어놓으면 내가 아는 짤막한 문장들만 들리게 된다. 예를 들어 "How dare you!" "Oh my god!" "It is insane!" 이런 것들 말이다... 

 

 

 

 

 

이런 문장들만 기가 막히게 캐치하지 않는가? 생각해볼 것!

 

 

 

자신 있게 말하건대, 흘려듣기 리스닝은 백날 천날 해봐야 안. 된. 다.

안 들린다는 것은, 내가 그 문장을 모른다는 것, 그 문장의 의미를 모르고 그걸 구성하는 단어들의 발음을 캐치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영어 일기를 시작하기 전에 내가 미드를 보면서 들을 수 있는 문장들은 저런 게 다였다. 그러다 시간이 조금 지나서 스피킹을 할 줄 알게 되고 현지에 나가서 현지인들과 매일 영어를 쓰고 듣다 보니 신기하게도 미드에서 내가 알아듣는 영어의 스펙트럼이 넓어졌다.

내가 쓰고 있는 말이나, 쓸 줄 아는 말들은 그 어느 누가 빨리 말해도 100% 알아들을 수 있게 되었고, 모르는 문장을 말한다 하더라도 앞뒤 상황을 캐치해가며 대강의 의미는 파악할 수 있게 되었다(그렇지만 100% 알아듣는 것은 아니다. 이럴 경우에는 영어자막을 띄운 채로 멈춰놓고 의미를 따져 보는 공부를 해야만 한다) 

 

 

 

 

#3. 써보세요. 그럼 입이 트이고 귀가 트일 지어니!

 

영어로 직접 일기를 쓰는 것은 한국에서 할 수 있는 최고의 학습법이다!

 

 

 중학생용 기본 영어 작문 책을 두권 정도 떼고, 영어일기 첨삭을 꾸준히 받은 지 몇 개월 되지 않아 필리핀으로 어학연수를 가게 되었다. 필리핀에 가기 전 한국에서 내가 한 공부는 그래머 인 유즈 인강으로 기본 그래머 공부하기와 작문, 영어일기 첨삭받은 후 통째로 외워버리기였고 스피킹은 영어 일기 첨삭받은 것을 외울 때만 했다. 내가 쓴 문장 그리고 선생님이 더 자연스럽게 고쳐준 문장들을 통으로 입으로 외운 게 다였다. 

 

 

 

그래도 나는 외국인들과 영어로 대화가 가능하다.라는 무한한 자신감이 있었다. 

영어 일기를 쓸 때 나의 생활 밀착 이야기들을 썼고 어려운 단어는 절대 배제하고 쉬운 단어, 일상적인 단어들만 썼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외국인과 영어로 대화를 한다고 해도 적어도 내 일상 이야기는 할 수 있지 않겠는가?라는 생각 때문이었다. 

 

 

 

아시아계 학생들이 리딩과 문법에 강한 것과는 반대로 나는 늘 스피킹에서만큼은 만점을 찍었다. 

처음에는 내가 외운 문장 자체만 계속 재활용해서 말을 했다. 그렇게 실제로 내뱉는 문장들이 쌓이고 쌓이다 보니 늘 쓰는 말들은 속도가 빨라졌다. 

 

 

 

그리고 영국에 가서 직접 현지인들과 대화하고 현지인들이 쓰는 말을 습득하고 모방하는 과정에서 리딩과 스피킹이 질적으로 향상이 되었고 이것이 리스닝 향상으로도 이어졌다. 

영어 공부를 갓 시작했을 때 내가 알아들을 수 있는 양이 지금 내가 알아듣는 양보다 훨씬 많아지고 풍부해진 것이다.  

 

 

 

 

---

 

 

 우리에게 있어서 영어는 제2 외국어이다. 성인이 되어서 공부하는 제2 외국어는 아기들이 모국어를 배우는 것과는 다르게 나만의 시스템이 있어야 하고 목적 있는 연습이 뒷받침되어야만 단기간 내에 익힐 수 있다. 

영어를 내 인생에 끝장내어야 할 어떤 버킷리스트로만 보지 말고, 한국어처럼, 언어처럼 자연스럽게 많이 써보고 말해보고 남을 모방하고 들어보고 했으면 좋겠다. 

 

 

제2 외국어를 네이티브처럼 하는 사람들은 제3 외국어, 제4 외국어도 어느 정도 레벨까지 쉽게 익힌다고 한다.  아마 제2 외국어를 배우면서 외국어를 모국어처럼 익히는 학습 습관이 몸에 자연스럽게 익혀져서 인 것 같다. 언어에 대한 감과 요령이 생긴 것이다.  

 

 

지금부터 3개월만 영어를 손으로 직접 써보자. 써보면 말을 할 수 있게 되고 말을 할 줄 알면 들리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