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영어를 잘 한다는 '착각'

 

 

2016년도에 필리핀에 3개월 어학연수를 갔을 때만 해도 나는 내가 영어를 꽤 잘한다고 '착각'했었다.

 

 

어학연수를 가기 전 영어일기를 꾸준히 첨삭받았었고 첨삭받은 내용을 툭 치면 나올 정도로 외웠으니, 내 일상생활과 생각을 말하는 캐주얼한 영어 스피킹에는 자신이 있었다. 

 

 

실제 반배정을 받을때 같이 입학했던 한국 친구들보다 더 높은 레벨에 들어갔었고 스피킹 테스트에서 일등을 하기도 하고 어학연수를 끝마칠 때 높은 레벨의 스피킹으로 졸업을 했다. 

 

 

 

어학연수가 끝나고 캄보디아에서 영어자원봉사활동을 했다. 그 때 나의 룸메가 활달하고 말이 많은 귀여운 미국인이였는데, 둘이 죽이 잘맞아 매주 여행도 다니고, 내가 모르는 영어가 있으면 알려주기도 하면서 서로서로 챙겨주며 금세 가까워졌다. 

 

 

 

하지만 가깝다고 느낀 것도 잠시,  몇 주가 지나면서 영국인 자원봉사자도 오고 유러피안 자원봉사자도 새로 오면서 내 룸메는 영어권 나라에서 온 다른 봉사자들과 더 가까워졌다. 그에 반해 나는 왠지 모르게 주눅이 계속 들었다. 원래 인싸 성격이 아니고 그룹으로 어울리는 걸 힘들어하는 본연의 성격 탓도 있지만 하루 온종일 유러피안들 혹은 영국인, 미국인들과 영어를 쓰는게 여간 힘든 게 아니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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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할 수 있는 표현들은 정해져있는데 원어민들은 내가 할 수 있는 말 그 이상을 뛰어넘으니,

내가 따라가기가 너무나 벅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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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영어를 잘한다는 '착각' 이 조금씩 무너져내려갔다. 

그래도 포기하지 않았다. 나도 원어민처럼 자연스럽게 구사하고 싶었고, 미국인 룸메가 하는 말을 다 알아듣고 싶었다. 

 

 

 

영어를 잘한다는 착각을 버리고 내가 뭘 모르는지를 다시 짚어나갔고 재정비를 한 다음 해, 영국에 가게 되었다.

런던에서 첫 일자리를 구할 때만 해도 또 나는 내가 영어를 잘한다고 생각했다. 어학연수와 미국인 룸메, 아시안이 1도 없었던 자원봉사활동 환경을 겪는 과정에서 내 영어가 어느 정도 성장했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막상 일해보니 그게 또 아니었다. 

 

 

 

또 다른 언어장벽이 나를 가로막고 있었다. 

 

 

 

자원봉사활동과는 다르게 내가 말하기 싫으면 말 안해도 되는 환경이 아닌 절박하고 생활에 직결된 상황이었기에 더 흡수하려고 노력했다. 그렇게 서비스직에서 1년을 버티듯 살아내고 런던에 온지 1년이 안되었을 때 지금의 남자 친구를 만났다. 루크를 처음 만났을 때 나는 그가 하는 말의 70%? 정도만 알아들을 수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소통하는데 큰 문제가 없었다는 걸 생각하면 정말 사랑의 힘이 큰가 보다) 그리고 그는 내 발음을 종종 고쳐주었다.

 

 

 

1년이 넘게 연애를 하고 루크의 가족들도 자주 만나고 친구들의 모임에도 몇 번 간 지금의 영어 실력은 당연히 런던에 처음 왔을 때보다 100배쯤 나아졌다.

 

 

 

영어는 아직도 나에게 도전거리를 던져준다.

스스로가 어 내 실력 좀 괜찮은 것 같은데?라고 생각하면 그것보다 더한 도전을 하라고 나를 떠민다. 

한 언어를 배운다는 것은 그 언어에 대한 관심과 끈기, 그리고 내가 잘한다고 생각하는 '착각'을 버려야 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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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 잘하고 싶다면 미드 쉐도잉 절대 하지 마세요!

 

영어? 야 너두 할 수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