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에서 임신-입덧-입원 / 내가 엄마가 되다니

마지막으로 포스팅을 한게 언제인지도 모르겠다. 세달 정도는 된것 같은데, 사실 그 세달 동안 무슨일이 있었냐면요

저 임신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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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빨라도 너무 빠른 초고속 임신

내가 루크보다 세살 더 많기도 하고, 이제는 30대에 완전하게 착지한지라, 평생 딩크족으로 살거 아니면 빨리 낳아서 빨리 키우자 라는 마음이 은연중에 있었다. 

아 그렇다고 우리 커플이 섬세하게 임신 계획을 한것은 아니고, 그저 막연하게? 이제 결혼도 하고 나이도 있으니 1-2년 안에 가지면 좋겠다? 라는 마음이 매우 컸다. 그래서 주변에 결혼하고 아기 있는 친구들한테 물어보니 계획 하고 나서 1년 안에 가졌다고 하더라,

음 최소1년은 걸리는구나. 라고 생각하고 부부생활을 했다지. (정말 안일한 생각...ㅎ)

 

 

영국에 오고 세달째 되는 달에 우리는 현재 살고 있는 플랏으로 이사를 했고, 여기서 산지 몇 주 안되 내 몸의 변화가 느껴지기 시작했다. 

식욕이 좀 과하다 할 정도로 많아졌고, 밤에 잘때 요의가 있어서 화장실을 몇번이고 들락날락 했다. 가장 이상했던 신체 변화는 오른쪽 골반쪽이 너무 아파서 밤에 잠을 제대로 못잘 정도 였다. 딴에는 혈액순환이 잘 안되나? 라고 생각을 해서 마사지건으로 마사지까지 하면서 잤다.

 

 

그런데 알고보니 그게 다 임신으로 인한 몸의 미묘한 변화였던것! ! ! ! 

나나 루크의 몸이 제대로 건강했나보다, 내가 영국에 오고 나서 단 세달만에 임신을 하다니.  (세상에 초고속 임신이다)

 

 

 

# 영국에서 임신 확인하기 

영국에서 임신 확인방법은 간단하다. 마트나 약국에가서 임신테스트기를 사서 확실하게 긴지 아닌지 확인해보는것. 

굳이 약국을 가지 않아도 테스코에도 임테기가 있어서 확인이 간편하고 빠르다. 

 

 

 

이 테스터기는 임신 몇주가 됬는지도 보여준다 최대 3주까지만 보여줌

 

 

처음에는 테스코에서 테스트기를 사다 했는데, 소변을 갖다대자마자 바로 두줄 반응이 뜨더라. 혹시나 했는데, 내 눈으로 직접 두 줄이 뜨는걸 보고서는 대 충격을 먹었다(;;;;;;;;) 임신이 이렇게 쉽고 빠른거였어???? 라면서....

 

 

처음 삼일정도는 가족들에게도 말하지 않고 우선은 버텼다, 내가 임테기를 했을때가 3주 조금 넘었을 때라 혹시나 어떻게 될지 모르니 말이다. 그리고 일주일? 정도 지난 후에는 우리 가족들과 루크의 가족들에게 임신 소식을 전했고, 모두가 기뻐해줘서 감사했다 

 

 

 

# 영국의 미드와이프에게 알리고 예약 잡기

영국은 한국과는 다르게 임신이 되면 바로 병원으로 가서 진단을 받는것이 아니라, 내 담당 미드와이프, 한국말로 조산사에게 직접 컨택을 한 후에 미드 와이프가 초기검진 및 초음파 일정을 잡아주는 방식으로 진행이 된다. 

 

 

코로나 전에는 미드와이프랑 약속을 잡으면 집으로 방문해서 이것저것 물어본다던데, 

코로나 탓인지 우리는 모든 걸 전화로 다 해결했다. 지역내 미드와이프에게 컨택을 하고 약속을 잡으면 1주이내로 그쪽에서 다시 연락이 온다. 그리고 전화로 기본적인 건강상태(가족내 질병있는지, 유전병 유무, 흡연 및 음주유무, 첫 임신인지 등) 와 개인정보(국적이 어딘지, 통역사가 필요한지, 이전 거주지는 어디였는지 등) 를 싹다 물어본다. 

 

 

질병관련 질문을 할때에는 모르는 단어들이 많이 나와서 스피커폰으로 해놓고 남편에게 의지를 많이 했다. 

생소한 질병관련단어가 나오면 남편이 옆에서 듣고 쉬운말로 풀이해주고, 내가 약간 어버버 하면 옆에서 대신 대답도 해주고 그랬어서 생각보다 수월하게 통화를 마쳤다. 

 

 

 

# 1차 산모 초기 검진 

임신 9주? 10주차였나, 초기 검진을 받으러 미드와이프를 만나러 갔다. 

우리나라로 치면 보건소? 같은 곳에서 미드와이프를 만나서 소변, 혈액검사를 하는 것이다. 한장 입덧이 심할 때에 약속이 잡혀서 미드와이프가 계속 괜찮냐고 물어볼 정도였다 ㅠㅠㅠㅠ

 

 

* 저는 입덧이 너무 심해서 11 ~ 12 주차때 무려 입원까지 했습니다....이건 따로 포스팅 하기로 ㅠㅠ

다시 떠올려도 끔찍한 악몽이네요

 

 

소변, 혈액검사를 마치고 다시한번 나와 남편과의 관계를 확인하더라, 

웃긴게 가정내 폭력 있냐고 물어보길래 No 라고 했더니 미드와이프가 너 이게 무슨 내용인지 아는거지? 라고 다시 되물어봄 ㅎㅎ....

진짜 없는데용?; 한국에서 검진을 안받아봐서 모르겠다만, 산모검진하는데 이런 질문사항을 의도적으로 넣어놨다는게 참 영국스럽다? 라는 생각을 가지게 했다. 

 

 

그리고 현재 우울한 감정인지에 대해서도 묻길래, 솔직히 해피하지는 않다고 하니, 임신 초기여서 그렇게 느낄 수 있는 거라며 도움이 필요할 정도의 수준이면 말하라고 했다. 

정말 영국스러웠던건,,,,, 소변,혈액검사 결과 말 안해주더라;;;;;;;;;; 나는 당연히 당일검사-당일결과인줄 알았는데, 다음 초음파 약속 때 검사 결과 말해주겠다며, 미드와이프는 그렇게 사라졌다...

 

 

초기검진 마치면 주는 파일, 내 정보들, 진료기록들, 임신-출산과정을담을 템플릿이 들어있다. 매 약속때마다 이걸 들고다녀야 한다!

 

 

 

# 12주 첫 초음파검사

마지막 생리일을 기준으로 미드와이프가 12주차로 계산 한 날짜에 초음파 약속이 잡혔다. 

1차 검진을 마치고 나서 집으로 우편이 하나 날라왔다. 집 근처에 있는 병원에서 이날, 몇시에 초음파 검사가 예약되었다는 편지였다. (모든 행정처리는 레터로 이루어지는 영국 클라쓰......ㅎ 이젠 익숙해질때도 됐잖아요?)

 

 

코로나여서 남편은 같이 못가게 될 줄 알았는데, 다행히 보호자 1명까지는 초음파실에 동반입장이 가능했다! 

레터에 검사를 위해 물을 1.5 리터 이상 마시고, 검사 전에 절대 소변을 보지 말라고 해서 진짜 발 동동 구르면서 입장했는데 그런 내 모습이 안쓰러웠는지, 소노그래퍼가 소변이 너무 급하면 어느정도 비우고 와도 된다고 해서 화장실 가서 좀 비워내고 왔다 (휴... 이럴 줄 알았으면 무리해서 물 마시지 않는건데 말이다) 

 

 

소노그래퍼는 지~~~인짜 친절 + 프렌들리 + 긍정 왕이셨다. 덕분에 긴장도 풀렸던 것 같다. 

소노 보기 전까지는 솔직히 입덧도 너무 심했고 그냥 아기고 나발이고... 안아팠으면 좋겠다 라는 생각이 정말 컸는데, 초음파보자마자 너무 신기해서 부정적인 마음이 싹가셨다! 

 

 

소노그래퍼가 지인짜 선명하다며 손뼉치며 좋아한 사진ㅋㅋ

 

 

소노그래퍼는 아기의 전체 몸길이를 재보더니 지금 13주차라고 했다(여태껏 12주차로 알고 있었는데 말이다) 

그리고 목뒤투명대 길이 검사도 하고 심장도 보여주고, 뇌, 팔 다리도 다 보여주었다. 소노그래퍼가 이렇게 선명하게 보이는 아기는 정말 오랜만이라면서 나보다 본인이 더 좋아하셨다! ㅋㅋㅋㅋ

 

 

초음파를 하면 아기가 그냥 둥~ 실 떠 있는 모습만 보게 될줄 알았는데, 아기도 소음? 같은게 느껴졌는지 초음파 하는 내내 계속 꿈틀거리면서 움직였다. 그모습이 정말 신기하더라. 

손으로 얼굴도 감싸고, 한바퀴 돌기도 하고, 다리를 꼬았다가 펴기도 하고 정말 활동적이었음ㅋㅋㅋㅋㅋㅋ

 

촘파가 끝나고 나서 우리에게 사진을 원하냐고 물어봤다. 한국은 다 무료로 준다던데, 여기는 사진 한장도 돈내고 사야 한다;;

(진료비 자체가 무료여서 그런가, 사진한장에 돈받는게 좀 치사하게 느껴지긴 했다) 

그래도 소노그래퍼가 가장 선명한걸로 두장 줄테니 페이는 한장만 하라고 했다 ㅋㅋㅋㅋㅋ나 이분 너무 맘에 들어 

 

촘파가 끝난 후에는 다시한번 피검사를 하고, 다음 20주차 초음파검사 날 예약을 잡아주었다.

 

 

 

# 정말 필요한 것만 하는 영국의 NHS 

한국의 의료서비스에 비하면 영국의 NHS는 정말이지,,, 미니멀리즘 그 자체이다. 

임신기간동안 정말 필수로 꼭 필요한 검사들만, 정확한 주수에, 낭비없이 의료행위가 이루어진다. 입덧으로 입원한걸 제외하면 여태까지 담당 산부인과 의사를 만난적이 없다. 

 

 

모든 과정들은 내 담당 미드와이프에 의해 이루어지고, 특별하게 아픈것이 아니면 산부인과 의사를 보기 힘들다. 

한국처럼 초음파를 매번 볼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말이다(물론 사설 클리닉에 가서 내 돈 내고 초음파를 볼수는 있다. 그런데, NHS 무료를 제하고 굳이 그렇게 할 사람이 몇이나 될까.. 라는 생각이 든다.)

 

 

아직은 출산까지 다 경험해봐야 알겠지만, NHS 시스템 자체에 크게 불만은 없다. 

(입-퇴원했을 때 약간 감동받았어서 그런가..ㅋㅋㅋㅋㅋ) 시스템자체가 빠릿빠릿 하지가 않고 조금 속터져서 그렇지 의료 질자체가 떨어진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