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에서 만난 외국인남자들과 데이트/썸 이야기

블로그 유입 키워드를 살펴보면 영국인 남자 친구, 영국 남자 성격 이란 키워드로 들어온 유저를 심심치 않게 본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궁금해할 만하고 재밌게 볼만한 외국인 남자와의 연애/썸 이야기들을 들려드리려 한다.

 

 

재미와 분류를 위해 내가 만난 외국인 남자들을 국적-인종에 따라 설명했다. 인종차별적인 글이라 오해말고 노여워마시길, 사실 짧디 짧은 만남 혹은 썸을 겪어본 결과 국적-인종이 가져다주는 어떤 틀이 존재하긴 하더라. 대한민국 평균 남자의 성격 뭐 이런 것처럼 말이다. 물론 오래 만나고 세세하게 알다 보면 개개인의 성격이 드러나겠지만 본인은 이 중에서 오래 만난 남자가 없었으므로 패스. 

 

 

 

1. 한국친구들이 많았던 영국 남자

언어교환 앱에서 만났던 이 남자는 아시안-브리티쉬였다. 그런데 아시아 어디였는지 물어보지 않아서 모르겠음. 중동 아시아 쪽 한 군데긴 했는데 기억이 전혀 안남.

 

당시의 나는 런던에 온 지 얼마 안돼 영어와 런던 문화를 배우고 싶어 만나게 되었는데 알고 보니 이 남자는 한국에 여행을 다녀온 적도 많고 런던 내에서 한국인 친구들도 있었고 일본, 중국, 한국 사람들과 연애? 썸을 많이 해본 사람이었다. 

 

본인이 말하길 자신은 어렸을 때 내성적이고 자신감이 없어 친구는 물론 여자 친구도 없었는데 커가면서 외향적으로 많이 바뀐 그런 성격이라고 했다. 

 

한국을 너무 잘 아니까 친구처럼 말이 잘 통하고 이질감이 없었으나 남자 친구로 삼기에는 뭔가 애매모호한? 뭔가 부족한 그런 느낌이었다. 뭐랄까 어린 대학생 느낌이랄까? 아직 집도 부모님과 같이 산다고 하고 딱 매력이 느껴지는 결정적 한방이 없어 한 달가량 남사친처럼 행아웃만 하다가 자연스레 멀어졌다

 

 

 

2. 전 직장동료 영국 남자 

이 친구도 어렸을 때 중국에서 몇 년 살고, 태국에서 몇년 살고 이런 식이어서 아시아 문화와 한국문화에 관심이 많았다. 그 와중에 머리는 똑똑한지 범죄심리학? 을 공부하는 대학생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직장에서 만날 때마다 맨날 말 엄청 걸고 수다 겁나 떨어서 나도 친해져야지 싶어 밖에 나가 놀자고 제안했다(이때만 해도 나는 남-녀 구분 없이 친해지면 야 우리 밖에서 맥주 한잔 하자? 이게 아무렇지 않은 표현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영국에서 남자에게 그렇게 먼저 말하는 거는 약간 데이트 신청하는 느낌이라고 한다.) 

 

나의 제안을 두 번 정도 거절을 한 그 남자는 직장에서 나만 보면 그렇게 말을 걸었다(당시 내 느낌, 어쩌라고?) 내 일도 도와줘서 같이 일하는 동료가 너 주디 좋아하니? (나의 영어 이름 흑역사 주디..ㅎ) 깔깔깔 댈 정도였다.

 

개인적으로 문자도 많이 주고받았다. 서로의 연애사, 이상형 같은 것도 말하면서 말이지. 

그러던 12월 어느 날 이 남자에게서 먼저 행아웃 하자는 문자를 받았다. 그리고 우리는 런던의 윈터 원더랜드에 가서 놀았고 그 남자가 모든 비용을 다 지불하는 모습을 보면서 나는 더 의아해지기 시작한다.(데이트 아닌데 왜 지가 돈을 다내지?라는..) 

 

그렇게 했음에도 불구하고 그 친구도 나도 결정적인 뭔가가 없었나 보다. 우리의 첫 데이트는 그렇게 마지막이 되었다. 

 

*번외: 내가 얼마 지나지 않아 일을 그만두고 루크와 연애를 시작하게 되었다. 그리고 다음 해해 전 직장에 갈 일이 있어 가게 되었는데, 이 친구가 마침 일하고 있던 것! 서로 근황 토크를 하며 내 남자 친구 얘기를 하니 눈이 똥그래져서는 남자 친구에 대해 막 꼬치꼬치 캐묻더라. 어느 나라 사람이냐고 하길래 영국 사람!이라고 하니까 본인도 영국인이면서 우~ 지루한 남자네~라고 하는데 좀 귀엽고 웃겼다! 

 

 

 

3. 돌진남 루마니안 남자

언어교환 앱에서 만났다. 한국어를 배우고 싶다고 해서 나도 데이트나 해볼 겸 해서 나갔다. 이 남자는 첫 만남부터 적극적이었다. 나에 대한 모든 것을 묻고 자신의 재력을 어필하기 시작했다. 부모의 포도주 농장을 물려받아서 지금 사업을 하고 있고 자기는 10년 동안 영국에 살아서 영국 여권도 있다는 둥, 

 

나를 계속 칭찬해주고 좋다는 표현을 너무 해서 좀 무서웠다. 사실 외모가 내 취향이 아니었고 내가 뭐라고.. 그렇게 들이대나? 약간 무서워서 일 이주 정도 문자를 주고받으며, 두 번째 저녁식사를 끝으로 관계가 정리되었다. 

 

 

 

4.  시작은 알콩달콩, 그 끝은 참담하리라 이탈리안 남자

내가 가장 좋아했던 남자이자 루크를 만나기 전 데이트 다운 데이트를 하면서 오랜 기간 만났던 친구이다.

개인적으로 내가 이 친구를 먼저 많이 좋아했고 그만큼 우리 관계의 미래에 대해서도 진지하게 생각을 했다. 

 

시작은 정말 알콩달콩, 로맨스 소설 같았다. 밋업 영어 스터디 모임에서 만나 나갔는데 이 남자와 한 조가 되었다. 그리고 스터디가 끝나고 우리 저녁이나 같이 먹자, 해서 저녁도 먹고 자연스럽게 다음날 데이트도 잡았다.

 

이 친구는 이탈리아에서 영어를 배우러 런던에 온 지 1년이 조금 넘은 남자였다. 이탈리아에서는 회계사?(말이 좋아 회계 사지, 이제 와 생각해보면 경리, 재무 담당 직원이었던 것 같다.)였고 이탈리아 중에서도 아주 시골, 조그마한 섬에서 온 남자였다. 

 

런던의 도시적인 감각을 동경하고 영어를 배우고 싶어 했고 이탈리아 남자답게 친구가 엄청 많고 술 좋아하고 노는 것 좋아하는 남자였다. 데이트하면서 만난 이 사람의 친구만 몇 명인지 모르겠다. 이 친구의 여사친도 만나 술을 먹고 이 남자의 삶의 모토는 매일이 축제다! 였다. 

 

만나고 두세 달 정도는 연인관계처럼 문자도 주고받고 데이트도 하고 그랬는데 시간이 흐르면서 이 친구는 곧 본국에 돌아가고 싶어 한다는 사실을 알았다. 그리고 나와의 미래는커녕 나와의 관계를 데이트 메이트 정도로만 생각하는 것 같았다. 내가 그 사실에 화를 내자, 오해 말라며 자신은 나쁜 사람은 아니다 라며 내가 상처 받은 것에 대해 진심으로 미안해하던 얼굴이 떠오른다.

 

뭐, 내가 많이 좋아했지만 어쩌겠나. 간다는 사람 붙잡을 수 없지. 

이 친구와의 이별을 하면서 유러피안 남자들의 가벼운 연애 마인드를 배우게 됐다. 혹시 지금이라도 연인 사이를 인정하기 싫어하거나 책임지기 싫어하는 외국인 남자 친구를 만나고 있다면 어서 빨리 도망가시길, 그들은 자신의 인생을 즐기고 싶어 하지, 묶일 생각은 없는 사람들이니 말이다

 

 

 

5. 틴더남들 - 아프리칸 아메리칸 남자, 인도 남자 

이탈리아 남자와의 이별 후 연애에 더더욱 집착하기 시작했다. 그래서 본격적으로 데이팅 앱 틴더를 깔고 데이트를 하기 시작한다. 그래서 틴더를 통해 실제 데이트를 한 남자는 루크 제외 두 명. 

 

첫 번째 아프리칸 아메리칸 남자는 귀엽고 슬림했던 사진과는 다르게 덩치가 산만한 남자가 나와서 당황했다. 이렇게 사진이랑 다르기 있기 없기...? 미국에서 왔고 부모님은 아프리카 사람들이라고 했다. 데이트하는 1-2시간 동안 아프리칸 특유의 여유 넘치고 스웩을 넘어 지루해하는 모습이 느껴져 2시간 후에 빠이! 했던 기억..

 

두 번째 인도 남자, 가족은 인도에 있고 본인은 런던에서 어렸을 때 이민 왔다고 한 것 같다. 한국에 여행 다녀온 적이 있고 무엇보다 한국말을 엄청 잘했다. 너무 한국인 바이브가 느껴져서 오히려 매력이 덜했다. 

이탈리아 남자에게 데인 덕분인지, 데이트 초기부터 이 사람이 정착할 마음이 있는지 없는지를 따져보는데, 이 친구는 너무 없어 보였다. 마지막 연애가 10여 년을 사귄 인도 여자였는데 결혼을 할 마음이 없어 헤어졌다고 한다. 이 정도면 말 다했지? 

 

 

 

# 번외- 길에서 번호를 따간 아프리칸 남자 

퇴근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밑도 끝도 없이 번호를 물어본 남자. 

내가 걷는 게 힘들어 보여서(일 시작한 지 얼마 안 되었을 때라 다리가 너무 아파 보였 나보다) 괜찮아?라고 먼저 다가와서 물어보길래 응 나 괜찮아.라고 했더니 곧바로 길에서 스몰토크를 시전 하더라. 아프리카 어디에서 왔는데 본인도 런던에 이제 막 자리를 잡아 런던을 알아가는 중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내가 너무 이쁘니 담에 만나 놀자며 번호 좀 달라고 했다. 당시에는 그 칭찬에 홀랑 넘어가서 번호를 일단 주긴 줬는데 막상 다시 만날 생각을 하니 무서운 것이었다. 그래서 후속 만남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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