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 꾸미고 다녀라 라는 말을 듣던 나, 영국에선 미인이라 해준다?

 

 

한 번의 쌍꺼풀 수술, 튀어나온 토끼 앞니 콤플렉스를 고치기 위해 했던 교정. 

매주 올리브영을 다니며 기초 스킨케어 제품이며 색조화장품이며 다람쥐처럼 차곡차곡 사모으기.

한 달에 한 번씩은 뿌염을 해주고 앞머리는 꼭 헤어디자이너에게 맡겨야 한다며 미용실 다니기.

매달 인터넷쇼핑, 퇴근 후에는 지하상가나 번화가 상가를 돌아다니며 쇼핑하기. 

 

 

그렇게 꾸미고, 가꾸고 했던 나에게

친구들은 넌, 좀 꾸미고 다녀라.라는 말을 했다. 아무리 내친구들이지만, 그런 말을 들을 때마다 기분이 나빴다.

내 취향을 부정당하는 느낌이었다. 

심지어 한국에서 사귀었던  남자친구에게서는 '너는 조금만 더 꾸미면 예쁠 것 같은데 왜 안 해?'라는 

다소 무례하고 충격적인 이야기까지 들었더랬다. 

 

 

본디 취향이 깔끔하고 실용적인 스타일을 선호하는 편이였기에 화려하고 트렌디한 것과는 거리가 멀었다.

게다가 키도 작고 마른편이라 그냥 평범한 한국 여자 1 이였기에 튀지 않은 것도 한 몫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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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에 살면서 가장 좋았던 것은 한국처럼 '빡세게' 꾸미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었다. 

처음 6개월 정도는 한국에서의 습관이 남아있어서, 매 외출 때마다 정성스럽게 화장을 하고 옷과 신발을 갖춰 입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뿐, 

막상 일을 시작하고 집에 돌아와서는 집안일하고 내 몸 하나 건사하는데 지쳐

꾸미고 하고 자시고 할 시간이 없었다.

그래서 그냥 살았다. 

 

 

한국에서 한달에 한번 미용실에 가던 일을 반 타의적으로 가지도 못하게 되었다.

후덜덜한 영국의 미용실 가격 때문이었다. 커트 한번 하는데 한화로는 5만 원 이상이 든다.

게다가 일본 미용사나 한인 미용사를 찾아가지 않으면 엉망으로 잘라준다.라는 인터넷 후기도

많았기에 그 돈에, 그 위험성이면 맛있는 거 한 번 더 먹고 말지.라는 생각이 들어 그냥 머리를 길렀다.

 

 

재밌는 건, 

그렇게 나 편하자고 화장도 안 하고, 쇼핑도 안하고, 머리도 그냥 길렀는데 

사람들이 나를 예쁘다고 칭찬만 해준다는 것이었다.

 

 

유전자 특성상인 걸까? 검은색 긴 직모 머리를 가진 유러피안은 드물다.

그래서인지 모두가 나의 긴 검은 생머리를 부러워했다. 

나는 직모인 게 싫어 한국에서 매일 펌을 했었는데 말이다. 

하루는 내가 동료들에게 긴 생머리 지겨워, 펌을 할까? 생각 중이라 하니 다들 펄펄 뛰면서 

절대 하지 말라고 뜯어말렸다. 지금 너의 머리가 얼마나 아름다운데! 라면서 말이다. 

 

 

한국에서는 화장을 해도 진하게 화장 좀 해.라는 핀잔을 들었었는데

여기서는 화장 하나 하지 않은 민낯의 피부가 어려 보인다며 칭찬 대상이 되었다. 

키가 작고 말라서 튀지 않고 볼품없다 생각했던 내 몸매도 칭찬 대상이었다. 

그들의 눈에는 내가 키가 작고 마르다 생각하지 않았고, 키가 작지만 말랐기에 비율이 좋다,

혹은 굉장히 어려 보여라며 예쁘다고 칭찬을 해주었다. 

 

 

한국에선 죽자고 매일 꾸미고, 가꾸고, 옷 사 입었는데도 핀잔만 들었는데

런던에서는 안 꾸민 내 모습을 매일 예쁘다고 해주니 이상하면서도 기분이 좋았다. 자신감이 생겼다. 

동시에 몸과 정신이 자유로워졌다. 

 

 

매일 어떤 게 유행인가 검색하지 않아도 되는 시간적여유가 생겼고,

매번 패션/뷰티 관련 쇼핑을 하지 않아도 됬기에 금전적여유도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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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겨울 잠시 한국에 휴식차 집에 왔다가 런던에서 막 입을 패딩이 필요해,

엄마가 입던 빨간 노스페이스 패딩을 가져왔다. 

나의 고등학교 시절에 열광적으로 유행하다 그들이 대학생이 됐을 때쯤에는

엄마들이 등산갈떄나 입게 된 한 물 간 빨간 패딩 말이다. 

 

 

한국에서는 한 물 간 촌스런 빨간 패딩을 처음 입고 출근하던 날,

내 패딩은 순식간에 힙 템, 찐템이 되었다. 거짓말 하나도 안 보태고 모든 동료들이 내 패딩을 한 번만 입어보자! 

라며 달려들었고, 모델명이 뭐냐며 사진을 찍어가기도 했다. 

진심으로 사기 위해 구글링을 했던 내 동료는 '은! 이제 네 거 안 파는 건가 봐, 중국의 어떤 사이트에 물건이 있긴 한데

너 것과 똑같진 않아. 비슷한 모델인 것 같아. 사고 싶었는데 아쉽다' 라며 정말 아쉬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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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의 사람들은 가지각색의 모습을 하고 산다. 그곳에도 유행이라는 것이 존재는 하지만 모든 사람들이 

한국처럼 열광적으로 천편일률적으로 따라 입지는 않는다. 

그렇기에 나처럼 트렌드를 따라가기 어려워하거나, 귀찮아하는 사람들에게는 런던은 정말 최고의 도시이다. 

 

 

트렌드를 따라가기보다 런더너들은 자신 본연의 스타일을 갖는 것을 더욱 중요시 여긴다.

특정 유행을 따라간 트렌드에 뒤덮인 얼굴보다 가장 나다운 얼굴을 예쁘다고 생각한다.

그렇기에 화장으로 덮인 내 얼굴 대신 민낯의 얼굴, 

검은색 머리를 덮은 브라운 염색과 직모를 커버한 펌 머리 대신,

까만 긴 생머리의 나의 가장 자연스러운 모습을 아름답다고 생각한 건아니었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나에게 런던은,

민낯으로 다녀도, 미용실 갈 돈이 없어 대책 없이 기른 긴 머리에도,

엄마가 준 노스 패딩을 입어도,아름답다.라는 말을 들을 수 있는 환상의 도시임에 틀림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