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인 남자친구와 연애한다는 것은,

 

 

# 이효리-이상순 케미? 

요즘 루크가 푹 빠져있는 것이 있다. 바로 효리네 민박 시청! 내가 런던에 있을 때 이런 프로그램도 있어. 라면서 소개해줬고 아이유 나오는 편을 같이 보았다. 나는 이미 다 봤기 때문에 감흥이 좀 떨어져서 일화만 보여주고 말았는데, 요즘 루크는 혼자서 효리네 민박을 열심히도 본다. 

 

 

아침에 자고 일어났더니 루크가 "봐봐 이효리가 하는 말이 꼭 네가 하는 말하고 똑같아."라고 메시지를 보내왔다.

이효리가 이상순에게 너는 항상 침착해, 내 감정은 맨날 널뛰는데, 그래서 좋아 ~ 뭐 이런 말을 하는 장면이 있었다. 이효리-이상순 커플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다 알 것이다. 이효리가 예능에 나와서 많이 했던 말, "저랑 상순 오빠는 반대여서 좋아요. 저는 감정이 시시때때로 바뀌고 활동적인데 비해, 상순 오빠는 매일 그 자리에 있거든요. 그래서 결국엔 중간에서 만나게 되더라고요."라는 말. 

 

 

루크와 처음 데이트했을 때부터 내가 늘 입에 달고 살았던 말이, "너는 어떻게 그렇게 침착해? 인생에서 화내 본적은 있니?"라는 거였다. 처음에 나는 루크가 자기감정을 표현 못하는 감정장애가 있나?라고 생각할 정도였다. 오죽했으면 "너 사실 사이코패스지?"라는 말도 했더랬다.. 

사실 당시에 나는 루크의 감정변화가 적고 늘 침착하고 담담한 성격이 무서웠었다. 그래서 연애 초창기에는 내 앞에서는 본 성격을 숨기고 뒤에서 악랄한 짓을 하는 사이코패스일지도 모른다고 생각을 한 적이 있었다. 

 

 

시간이 지나니 알게되었다. 루크의 평온하고 침착한 성격은 영국 남자 특유의 DNA (소위 종특이라고 하죠) 플러스 사랑을 아낌없이 주시는 부모님 밑에서 온 것이라고. 

루크가 정말 로봇인 줄 알까 오해할까 덧붙인다. 루크도 기쁠 땐 웃고, 슬플땐 슬퍼하고, 화날 땐 분노도 한다. 다만 내 기준에서 그는 그 변화가 너무 적어 보이고 표현하는 일이 매우 적게 느껴진다는 것이다. 

 

 

나에게는 한국인 특유의 불같은 성격과 확실한 감정표현 문화에 익숙한 인종 특유의 성격이 있기도 하지만 원래도 감정 기복이 좀 심한 편이다. 특히 저질 개그에도 쉽게 잘 웃어서 친구들이 너의 웃음은 싸다. 넌 정말 웃기기 쉽다.라고 할 정도로 웃음이 헤픈 아이이고, 속에 화가 많아 조금만 수가 틀리면 화를 온몸으로 뿜어내는 다중적인 인격을 가지고 있다. 

 

 

이렇게 극과극 성격이 만났으니, 이건 문화와 인종, 언어 차이를 넘어서서 성격차이로 인한 장벽이 더 크게만 느껴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커플은 그걸 불편한 차이라 느끼지 않는다.

서로 너무나 다르기에 그 다른점을 대화로 풀려고 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그 다른 성격 때문에 대화 궁합이 너무 잘 맞는다는 것이다.  내 일 말곤 관심이 없고, 내가 제일 소중한 무한 이기주의에 좀 냉정하고 차가운 나와는 다르게 루크는 내 일이라면 세상에서 제일 궁금해하고, 나 뿐만 아니라 남을 먼저 배려하는 다정하고 따뜻한 성격을 가졌다.

그래서 내가 어떤 말을 꺼내면 그걸 가지고 한시간이고 두 시간이고 꼬리에 꼬리를 물고 내 질문에 대한 관심을 무한정 가져주고 대화를 이어나간다. 

 

 

아직도 세상엔 궁금한 것 투성이고, 3분짜리 유튜브 하나를 봐도 쓸데없는 질문과 잡생각을 많이 하는 나에게 루크는 최적의 대화상대이다. 그래서 나는 그와 함께 보내는 시간이 너무나 즐겁다. 마치 극과 극인 성격을 가진 효리-상순 커플이 서로에 대한 호기심으로 지금까지 사랑을 이어나간 것처럼 우리 커플도 그렇다. 

 

 

지금은 비록 장거리 연애를 하고 있지만, 이 시간 또한 우리 커플의 연애사의 소중한 추억이라 생각할 날이 오겠지? 라며 덤덤한척 이겨내려고 하고 있는 중이다. 아 물론 3일 뒤에 나는 또 분노와 짜증을 부리겠지만 말이다. 그러면 감정 변화가 적고 다정한 루크는 그런 내 부정적인 감정에 대해 궁금해하고, 질문하고, 대화를 하려고 노력할 것이다. 늘 그래왔듯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