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의없이 다가와 친구가 된 영국쌍둥이자매 이야기

런던에서 일을 하면서 영국인을 만나기란 생각보다 쉽지 않습니다.

 

 

아주 세밀하게 따지고 들자면,

100% 영국에서 본디 태어나고 자란, 최소 할아버지, 할머니들도 이민자가 아닌 영국 토박이들을 말합니다. 

 

 

그만큼 런던이라는 곳은 다문화 도시입니다. 

영국 토박이 가족 보다도 세계 각지에서 온 이민자 가족들, 

근처 유럽 국가에서 잠깐 와서 일만 하는 유러피안들, 유학생들, 단기비자소지자들등이 런던을 보다

런던스럽게, 특별하게 만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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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의 첫번째 영국인 동료는 똥꼬 발랄했던 쌍둥이 자매 조지아와 제시카였습니다. 

사실 이 둘은 세 쌍둥이 자매입니다. 이 중 두명과 같이 일을 했고, 나머지 한 명도 종종 가게에 놀러와서

쇼핑을 하고 갔기에 인사도 나누었지요.

희한하게 저는 영국 쌍둥이와 인연이 깊나봅니다. 남자 친구 루크도 쌍둥이이고, 

제시카 조지아도 무려 세쌍둥이이니 말이에요. 

 

 

쌍둥이 중 일을 처음 시작한 사람은 조지아였어요.

처음에 그녀의 악센트를 듣고 미국에서 오래 공부한 사람인 줄 알았지요, 혹은 미국사람이거나요.

그만큼 조지아는 영국식 악센트가 거의 없었고 영국인답지 않은? 뭐랄까

장벽이 낮은 느낌의 프렌들리하고 적극적인 성격이었어요. 

 

 

조지아가 직쏘에서 일한지 얼마 되지 않아 조지아의 추천을 받은 제시카도 같은 매장에서 일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어느 날 출근을 하니 조지아와 얼굴이 똑같은 친구가 있길래, 뭐지? 했더니 알고 보니 조지아의 쌍둥이 동생 제시카라고 소개해주던날 동료들과 함께 신기해했었죠.

 

 

둘은 성격이 정말 정 반대입니다. 

둘째 조지아가 활동적이고 사람을 대하고 세일즈에 능한 유들유들한 성격인 반면,

셋째 제시카는 조금 더 내향적이고 원리 원칙에 강한성격입니다.

재밌게도 조지아는 경영/비지니스를 전공하고 있었고, 제시카는 컴퓨터공학을 전공하고 있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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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둘과 친해지게 된것은 그녀들의 벽 없음 때문이었습니다. 

 

 

처음에는 활발한 조지아와 말을 트게 되었는데요,

항상 생기발랄하고 저만 보면 조잘조잘 되는 귀여운 끊이지 않는 수다에 금세 친해지게 되었죠.

 

 

조지아와 대화할 때 재밌다고 느꼈던 건,

조지아는 늘 제가 영어를 알아듣는지 여부를 전혀 고려 안 했다는 거예요. 

저만 보면 늘 오래된 친구처럼 조잘조잘 되는데, 사실 일하다보면 이렇게 격의없이 다가와주는 영국인 동료를

만나기가 쉽지 않았기에, 정말 친한 친구처럼 대하는 외국인 배려없이 다다다다- 말하는 화법ㅎㅎ이 재밌었어요.

동시에 내가 조지아라면 처음보는 외국인에게 저렇게 할 수 있을까? 라는 물음표가 늘 떠오르더라고요.

 

 

예를 들어 내가 한국에서 일하는데 만난 외국인 동료에게 저리 살갑게 대할 수 있을까?라는 의문이요. 

솔직히 저라면 굳이 못해줄 필요는 없지만 그렇다고 굳이 살갑게 대하지도 않았을 것 같다.라는 결론이 나더라고요.

그 시간에 같이 있는 한국인 동료와 더 친하게 지낼 것 같다는? 그런 생각이요. 

 

 

아무리 이민자가 많은 나라에서 산다고 해도 본인들은 자신의 나라에서 산다.라는

자부심 같은 것이 없을 리 없다고 생각합니다. 

자신의 나라에서 모국어를 쓴다는 주인의식 같은 거요. 그게 나쁜쪽으로 변질이 되면, 외국인을 배척하게 되거나

인종차별적인 태도도 보여줄 수 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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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쌍둥이 자매가 저에게 먼저 보여준 행동들은 조금 달랐습니다. 

마치 다섯살짜리 꼬마애가 놀이터에서 친구를 만나 나랑 놀자! 하면 그래 우리 재밌게 놀자 친구야.

라고 하며 바로 친구가 되는 순수하고 편견없는 모습이랄까요? 

 

 

시간이 조금 더 지나 코딩 이야기로 하게 되면서 컴공 전공자인 제시카와 친해지게 되었는데,

그 이후로 제시카는 나와 공통점이 많고 가까워졌다고 느껴졌는지 먼저 쉬는 날에 만나 코딩스터리를 같이하자. 라던가 내가 만든 프로그램 보여줄게, 이런 사이트가 좋아, 라면서 관심사를 나누고

쉬는 날에 만나 서로의 개인 사생활 이야기까지 하는 친한 관계가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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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들은 저에게 한 번도 난 영국인이야 라던가

영어가 모국어지, 훗 이라는 우월의식을 보여준 적도 없었고

아시안에 대해 가지고 있는 특정 스테레오 타입에 대한 질문을 한적도 없었어요. 

그 흔한 한국관련 질문도 하지 않았습니다.

 

 

런던에서 일하다 보면 한국문화라던가, 아시안 스테레오 타입의 질문을 꼭 하는 친구들이 있는데

사실 그게 때에 따라서 불편하고 귀찮습니다.

그냥 지금은 너랑 같이 일하는 '동료 1'로 봐주거나, '개인 1'로 봐주었으면 

하는 마음이 큰데 한국인 질문 딱지를 받기 시작하면 마치 한국, 넓게는 아시아 문화를 대변하는 

외교관, 정치가로서의 나 라는 페르소나가 생겨 저 본연의 모습을 잃게 되는 것이 피곤해지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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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두 달 여가 지나고 쌍둥이들은 에든버러에 있는 대학교로 돌아가야 했습니다. 

짧은 만남이었지만 너무 소중하고 재밌었다며 에든버러의 세쌍둥이가 사는 플랏에 꼭 놀러와 자고 가라며 몇 번이고 포옹을 해주었습니다. 

쌍둥이 자매의 마지막 날, 그녀들은 눈물까지 보이더라고요. 짧은 시간 동안 깊은 정이 들었고

격의 없이 먼저 에든버러 플랏의 자신의 침대에서 자고 가라는 말이 너무 귀여워 마음에 깊게 남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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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에서 특유의 우월의식을 가진 사람들에게 인종차별적인 발언, 혹은 농담들을 들은 적도 많지만 

인종, 영어 실력과는 무관하게 인간 대 인간으로 늘 따뜻한 마음으로 우정을 나누게 된 친구들도 있습니다. 

 

 

요 근래, 서방국가에서 보여주는 인종차별이슈, 그리고 수많은 유학생들, 이민자들, 여행자들의 증언들과 합쳐져 

선진국이라 믿었던 서방국가의 오만함, 선민의식의 정체를 알게 되었습니다.

 

 

물론, 저도 비슷한 경험들이 있었고 저와 한국인 친구들도 불쾌한 일을 많이 경험했던 적도 있기에

아직도 몇몇의 무례한 사람들(흑,백,마이너리티 할 것 없이)이 그들만의 우월의식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해

그들이 한 행동을 결코 정당화하거나 그런건 극소수의 일이야. 라며 무시하고 싶지도 않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사는 세상은 흑도 백도 아닌 회색지대입니다. 

세상의 색이 흑과 백 두 색깔만 있는게 아닌, 각자의 색깔이 모여있는 정체를 알 수 없는 

희끄무래한 회색지대 말입니다. 

 

 

그래서 혹은 모든 서양인들은 오만한 사상을 품고 있을 것이다.  라는 절대 단언하는 흑 또는 백의 시각에만

갇혀 있는 것도 결코 좋은 건강한 생각은 아니다. 라는 말을 드리고 싶습니다. 

세상에는 좋은 사람들도 국적에 관계 없이 존재하기에, 그리고 그런 사람들을 만나봤기에, 

보다 많은 사람들이 세상에 대해 작은 회색희망을 품고 있었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