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이후, 변화와 직업에 대한 마음가짐

작년, 런던에서 생활할 때 가장 많이 했던 생각이 이거였다. 

어떻게 하면 런던에서 가장 성공한 워홀러가 될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그럴듯한 직업을 가져서 스폰서십을 받을 수 있을까?

 

 

어떻게든 이 땅에 뿌리 내리리라. 라는 독기 가득 품은 마음으로,  살아가던 날들이 있었다. 

 

 

동시에 나는 그걸 갖기 위한 지도를 얻기 위해 네이버 블로그를 이 잡듯 뒤졌다. 그리고 나는 내가 그리던 꿈의 직장에서 스폰서십 비자를 받으며 런던에 사는 블로거 몇명을 발견했고,  그들은  나에게 선망의 대상이 되었다. 매일 밤,  그들의 일상을 지치지도 않고 정독했다. 

 

 

 

그녀가 한 발자취를 따라 코딩독학을 해보기도 하고, 실력은 쥐뿔도 안되면서 대기업 사무직에 계속해서 CV를 돌린 적도 있었다.

결과는 뭐, 아시다시피. 결론적으로 뭔가 손에 쥔것은 전혀 없다.

 

 

 

다만 내가 그 과정 속에 얻은 것들은 지금의 블로그를 운영하면서 아주 요긴하게 써먹히긴 한다. 예를 들어, 수백번 써본 영문 CV와 Cover letter, 인터뷰 준비 팁 이라던가, 각종 무료 디자인 템플릿 사이트들을 알게 되었다던가, 나중에 영어 사용자를 위한 블로그를 개설할 때 쓰일 코딩과 사이트 개설에 대한 이해라던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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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에서 뭔가 대단한 뭔가를 이루어내는 삶을 살아야 겠다.  라는 성공지향적이고, 스펙과 직업을 동일시하는 다분히 한국적인 마인드를 가지고 살았을 때가 있었다. 그리고 그때 내가 느꼈던 것은 메꿔지지 않는 삶의 부족함이었다. 

런던에 내가 살 방도 있고, 방세를 내게 해줄 직업도 있고, 남자 친구, 친구들, 동료들도 있었음에도 나는 늘 직업적, 성공 결핍에 시달리며 살았다. (사실은 가진게 더 많은 사람이었는데도 말이다.)

 

 

 

비자 만료 기간이 점점 다가오자, 결핍을 채우기 보다는 내가 가진 것들을 풍성하게 받아들이자 라는 마음을 가지려고 노력했다.  실은 화려한 직업이고, 스폰서십이고 다 안됬으니 놀자! 라는 자포자기의 심정이 컸다. 

 

 

" 세상은 코로나와 함께 단숨에 바뀌었다. "

 

 

예상치도 못했던 코로나에 나를 포함,  플랏 메이트들이 일하던 가게들이 문을 닫아 한순간에 일을 못 나가게 되었고, 개중에는 아예 영국 정부에서 주는 지원금도 못 받는 친구도 생겼다.

설상가상 루크와 내가 계획해오던 비자 플랜도 완전히 어긋나졌을 뿐더러,

예상에도 없던  빠른 출국을 결정하면서 장거리 연애를 시작하게 되었다.

 

 

 

늘 그자리에 있을 거라고 단언했던, 평범했던 일상들이 조각조각나버린 것이다.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당장 오늘의 삶을 살수 밖에 없는 환경에 놓인 것은 머리털 나고 처음 겪는 일이었다. 

처음은 내일 당장 죽을 수도 있겠다는 공포감에 사로잡혀 잠 못 이룬 적도 있었다. 동시에 코로나로 인한 급격한 삶의 변화는 내 개인의 직업적 가치관과 뿐 아니라 인생 전반의 가치관 변화를 가져다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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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돌아와 블로그를 운영하면서 좋아하는 글들을 내가 하고 싶고, 좋아하는 콘텐츠들로만 채워나가자 돈은 안 벌려도 그냥 재밌었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했다. 

가장 좋았던 점은, 내가 누군가의 삶을 모방하려고 질척대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며칠 전 내가 선망하던 런던블로거의 블로그를 들어가 봤다. 그녀 역시 런던에서 덤덤하게 잘 살아내고 있었다.

하지만 나에게 그녀는 더이상 선망의 대상이 아니었다. 그녀가 가진 것들은 같았지만, 내가 가진 욕망과 꿈이 전과 다르게 바뀐 것이다. 

 

 

더 이상 그녀의 직업 이야기, 능력, 런던에서 얼마나 성공한 한국 여자로 사는지에 대해 부럽지도 않게 되었고 궁금하거나 따라 하고 싶지 않게 되었다. 내가 그녀의 자취를 아무리 따라 한다 한들, 내가 그녀처럼 될 수 없다는 사실도 알았고 그렇게 남을 모방하며 살기에는 내 삶이 너무나도 짧다 라는 것도 철저하게 느꼈기 때문이다.

 

 

 

코로나로 인한 급한 출국, 예정에도 없는 긴 백수 생활은 블로그를 시작하게끔 이끌었다. 

그리고 나는 내가 아이디어를 짜내서 콘텐츠를 만들고 글을 쓰는 것을 좋아하고 그걸 사람들이 봐주면 더욱 좋아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게 나중에 큰 돈을 벌게 해줄 사업체가 될지, 취미로만 끝날지는 알 수 없는 일이다. 

 

 

블로그를 시작하면서 내가 가지고 있었던 성공과 직업에 대한 기준이 바뀌었다.

이전에는 좋은 직장에 들어가서 스폰서쉽 비자를 받거나 높은 연봉을 받고 일하는 커리어우먼이 최고라고 생각했는데 이제는 내가 가진 이야기를 세상에 들려줄 수 있는 온전한 '나'라는 브랜드로 사는 것이 더욱 가치있다고 말이다. 

 

 

코로나 이후의 삶은 우리가 상상도 못할 정도로 변화가 될 것이다. 하지만 아직은 그 누구도 어디가 얼만큼 어떻게 변화할지는 모른다. 단언할 수 있는 것은 이전의 삶으로 우리는 절대 돌아가지 못할 것이라는 것과 자택근무 일상화의 시작점이 될 것이라는 것이다. 

 

 

여러분들의 코로나 이후의 삶은 어떻게 변화하셨나요?

코로나로 인해 변화하게 된 가치관이나 마음가짐이 있으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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