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에서 일기를 매일 쓴다는 것은,

 

오렌지빛 노을을 볼 수 있는 런던, 여름.

 

2018년 6월, 런던은 날씨가 마악 좋아지는 참이었다. 한 낮에는 뜨거운 햇살이 내리쬐었고, 한동안 해를 못본 유러피안들은 해를 쬐기 위해 공원으로 거리로 몰려나왔다. 센트럴로 향하는 튜브에는 관광객들과 현지인들로 가뜩이나 작고 답답한 튜브가 더욱 작아졌다. 

오후 네시 이후만 되면 한 낮의 쨍쨍함이 무색하게 기온이 뚝 떨어졌다. 6월 밤에는 반팔을 덮을 울가디건이나 기모가 살짝 들어간 후드를 입어야 했다. 낮과는 다른 서늘한 런던의 여름밤은 여름이여도 영국날씨는 가혹하구나 라는 생각이 들게 했다.

 

 

 

코벤트 가든에서, 네셔널 갤러리, 리젠트파크 공원길을 가로질러 핌리코 집으로 돌아오는 퇴근길은 돈 없이 런던을 즐길 수 있는 최고의 방법이었다. 

런던에서 보내는 첫 여름밤을 손에 쥐고 싶었고 마음에 담고 싶었다. 그래서 나는 런던에 입성과 동시에 매일 다이어리를 썼다. 아이폰 메모장에 그냥 썼다. 툭툭툭 타자를 두드리면서.

 

 

매일 이 장관을 보면서 퇴근한다니! 꿈만 같았다. 

 

 

낮에는 유러피안들과 외국인 관광객들과 영어를 사용하고, 퇴근후에는 핌리코의 작은 방, 싱글 침대에 기대 누웠다. 그리고 오늘 있었던 일들이나 감정들을 한국말로 써내려갔다. 시차가 9시간이나 차이가 나서 한국에있는 가족들이나 친구들에게 일일히 수다를 떨 순 없었다.  그렇게 아이폰 메모장의 내 다이어리는 런던의 일상을 기록하는 일기장이 되었다. 

'영국일기' 라는 카테코리 안에 내가 있다. 2018년의 생애 처음으로 런던에서 보냈던 여름의 날들, 2019년 지독하게 가난했던 겨울의 런던의 날들, 루크와 처음으로 데이트하던 호기심 많은 한국여자의 시선들이. 

 

 

 

 

어렸을 적부터 친구와 나가노는 것 보다 혼자 웅크려 책읽는 것을 좋아하고 일기쓰기가 가장 즐거운 숙제였던 나를 길렀던 우리엄마는 내가 커서 작가가 될 줄 알았다고 지금도 말씀하신다.

어쩌면 커서 작가가 될 줄 알았다던 우리 엄마의 말이 꼭 맞았는지도 모르겠다. 아이폰의 메모장에 1300여개가 넘는 글들을 메모해놓고, 지금도 대단치 않은 글들을 어찌됬건 써내려가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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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생활 2년이 나에게 가져다준 변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