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한국 어느 곳에도 당신이 원한 유토피아는 없다.

 

Welcome to Utopia

 

남편은 한국에 관심이 많다. 지금도 나와 대화를 하려고 한국어를 배우고 있고, 한국 신상 드라마를 나보다 더 자주보고

한국의 코로나 확진자수도 매일 확인한다. 

남편은 나중에 아기를 낳으면 한국에서 중학생까지 교육을 시키다가, 영국에 있는 좋은 대학을 보내고 싶어. 라는 말을 하기도 했다.  한국에서 나고 자라 극한의 고3까지 겪었던 나로써는 달갑지 않은 말이다.

나는 절대 안된다며, 남편을 극구 말렸다. 내가 겪은 한국의 사교육과 방대한 양을 배워야하는 한국교육시장을 설명해주며 교육만큼은 한국에서 하고 싶지 않다고 결사 반대를 했다. 

 

 

한국보다 상대적으로 널럴하고 사교육이 없는 나라의 사람이다보니, 영국이 가지지 못한 한국의 특성을 남편은 동경하고 있는듯하다. 

 

 

사실, 나도 그렇다. 나도 한국이 가지지 못한, 영국만의 장점을 사랑한다.

 

 

내가 늘 입에 달고사는 말이 있다. 

생활은 한국에서 하는게 최고고, 일은 영국에서 해야되. 라는 말.

저 한문장안에,  양국이 가진 장단점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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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 서비스, 치안, 음식 등 사소한 일상을 사는 것은 한국을 따라올 나라가 없다.

24시간 까페, 편의점, 택배, 배달음식, 예약없이 바로 진료볼수 있는 의료시스템, 빠르고 왠만하면 인터넷으로 다 해결이 가능한 각종 민원서류서비스, 다양하고 싼 생활아이템들, 환승이 가능한 대중교통서비스, 공짜로 이용가능한 화장실, 석회수 없는 물, 빠르고 저렴한 AS 서비스들..

등등등 정말 하나하나 열거하자면 끝이 없다. 

 

 

말그대로 편하디 편한 한국에서 살다가 영국에 돌아가면, 원시시대로 돌아간 느낌이다. 

살면서 겪는 아주 작은 사소한 불편함들이 생각보다 너무 많아서 불편한 삶에 익숙해지는게 쉽지 않다.

 

 

반대로 근로문화는 영국에서 일하는게 훨씬 편하다.

나는 워홀러 신분이었고 서비스 직에 한정된 일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한국에서 정규직으로 일했을 때보다 훨씬 나은 대우를 받으며 일을 했다. 

재밌지 않은가? 한국에서는 그 일을 하려고 정규 과정을 가진 대학교를 나오고,  단순 서비스도, 알바도 아닌 정규직이었는데도, 타국에서 외노자 신분으로 일했던게 훨씬 편하고 대우도 좋았다는 사실이. 

 

 

영국에는 나이순으로 이루어지는 한국식조직문화가 없고, 거의 평등에 가까운 수평 문화이다. 이건 애초에 한국이 따라할래야 따라할 수가 없다. 영국은 나이가 중요한 문화가 아니기도 하고, 영어라는 언어에는 한국어와 다르게 반말-존댓말이 없기 때문이다 대신에 공손한 영어, 친구끼리 하는 캐쥬얼한 영어라는 격식의 틀은 있기 때문에 그건 상황에 따라 지켜주어야한다.

 

 

그 중에 정점은 휴가 문화이다. 지금 이시국, 코로나시대에도 여름휴가를 가는 유러피안들을 뉴스에서 보신적이 있는가? 그리고 그걸 말리지 못하는 유럽국가들의 정부들. 그렇다 유럽인들에게 휴가는 삶, 그 자체이다. 휴가를 위해 일하고, 휴가를 위해 사는 사람들이다. 

휴가를 가도 눈치 주는 사람 없고, 파트타이머에게도 휴가가 주어진다.  되려 나는 휴가 왜 안쓰냐며 매니저에게 휴가 가기를 권고 받았다(아 웃프다.)

한국에서 알바를 해본사람이라면 알 것이다. 풀타임 알바가 아닌 이상, 파트타임이 휴가를 가? 말도 안되는 소리다. 

 

 

한나라가 가진 장점이 단점이 된다. 장-단점은 연결되어 있는 것

 

 

이렇듯, 한국에서 좋다고 느꼈던 받는 서비스 문화가,

막상 내가 그 자리에 있어보니 너무나 불공평하게 느껴지는 자리였고,

영국에서 답답하다고 느꼈던 서비스 문화가,

내가 노동자가 되어보니 천국과도 같은 자리였다. 

 

 

장단점은 이처럼 서로 유기체처럼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장점만 가진 유토피아는 존재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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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는 내 입맛에 맞게 순식간에 바뀌기 어렵다.

그러려면 한 국가가 가진 역사에서 비롯된 문화, 거기에 영향을 받은 사람들의 가치관, 언어, 생활방식 등 모든 것들이 바뀌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니 누가 낫네, 선진국이네, 후진국이네  따질일이 아니라 그 어느 곳에도 유토피아는 없다는 사실을 먼저 인정해야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