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인종차별? 런던에서 내가 겪은 인종차별.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자신에게 니하오!라고 인사하는 것도 인종차별이냐면서 궁금하다고 하는 글을 봤다. 자신이 인종차별을 어떻게 정의하고 당시 상황이 어땠냐에 따라 다르겠지만, 나에게는 길을 가는데 나에게 모르는 사람이 니하오라고 한 후 수군대고 낄낄댄다면 그것은 '명백한 인종차별'이라고 생각한다. 

 

 

 

런던에서 2년간 살면서 나에게 불쾌한 인사를 했던 경험은 서너번 정도 있었던 것 같다. 

밤에 집으로 가는데 술취한 노숙자 같은 사람이 니하오! 하면서 말을 붙이길래, 나는 중국인 아니다. 신경 꺼라. 해도 계속 말을 붙여서 닥쳐!라고 소리를 꽥 지르고 집으로 뛰어들어온 경험, 길을 걷는데 나에게 타이식 손인사? 를 한 후 낄낄 대던 남자들 등. 

 

 

 

하지만 이런 불쾌한 인사로 인해 얻는 불쾌감은 아무것도 아니다. 나는 직쏘에서 일하면서 나의 슈퍼바이저에게 아시안프레임을 당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는 불특정 다수에게서 얻는 짧은 불쾌감보다 더욱 불쾌한 경험이었다.

 

 

 

그녀는 포르투갈에서 온 나의 슈퍼바이저였는데, 어린 나이지만 영국에 산지 오래되서 영어가 수준급이었다. 그에 반해 성격은 정말 이상해서 그녀와 같이 일하는 사람은 늘 그녀와 말다툼이 있었다, 나 또한 그랬고. 

그녀가 아시아 문화나 아시안을 대상으로 한 특정프레임 조크는 정말 나를 기분 나쁘게 했는데, 이런 조크들 때문에 매니저에게 이 상황을 보고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라는 고민까지 한 적이 있었다. 

 

 

 

어느날, 스토어가 거의 문을 닫을 시간 때쯤에 한 동양여성 손님이 들어왔다. 그리고 그녀는 꽤 긴 시간을 머무르고 갔다. 그걸 보고 그녀는 "아시안은 왜 이렇게 늦은 시간에 스토어를 오는 거야? 아 아시아에서는 항상 가게문을 밤늦게까지 여니까 그런 거지? 너네는 밤늦게까지 일을 열심히 하잖아."라고 비꼬듯 말했다.

나는 어이가 없어서, "내가 여태까지 일하면서 아시안 중에 가게 문 닫을 때쯤에 온건 저 여자 손님이 처음인데? 대부분 유러피안이잖아? 그리고 늦게까지 가게문을 여는건 사람들 편의를 위한 거야. 그러니까 나라도 빨리 발전할 수 있었던 거고. "라고 대꾸했다. 그뿐 만이 아니었다. 

어디서 일본의 기모노 입은 여자들이 총총총 거리면서 걷는 모습과 중국 특유의 기 센 악센트를 따라 하면서 "은, 내가 하는 거 봐봐. 아시안 하고 똑같지 않아? 어때? 무슨 느낌인지 알지?"라고 하는 것이다. 나는 그녀의 프레임 조크에 기가 차서, "네가 걷는 건 일본식이고 네가 하는 말을 중국식인데? 너는 아시아에 일본이랑 중국만 있는 줄 아니? 아시아에 얼마나 많은 국가들이 있는데~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필리핀, 태국, 한국 등등 근데 네가 하는 건 어디서 보고 들은 조잡한 것들이네"라고 응했다. 

 

 

 

나는 그녀와 1년을 넘게 일했고, 그녀가 농담하는 것을 매우 좋아하고 그 과한 농담들 때문에 동료들과 마찰이 자주 일어난다는 것을 아주 잘안다. 그래서 그녀가 하는 농담에 민감하게 반응하지 않으려 했다. 그녀가 하는 아시안 조크들은 나에게 관심을 끌기 위해 선택한 자극적인 농담들이란걸 알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몇가지 일들이 계속 쌓이자 내 불편함도 쌓여갔고, 더 이상은 참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 이걸 매니저에게 보고를 할 것인가, 아닌가라는 고민을 하게 되었다. 그 당시 그녀는 자리보전의 위협을 받고 있을 때여서 내가 이런 말을 하면 그녀의 자리가 위태로워질 것이란 것을 잘 알았기 때문이다. 

 

 

 

매니저에게 말하기 전에 다른 동료들(영국인, 유러피안들)에게 이야기를 해주었다. 그랬더니 그들 대부분의 반응은 인종차별을 했다고 생각하진 않아. 걔가 일반화 시켜서 농담하는 거라고 생각해. 그래도 네가 정 기분이 나쁘면, 매니저에게 이야기해봐. 였다. 

 

 

 

나를 제외하고 유러피안 동료들은 이걸 인종차별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지나치게 일반화 된 남의 기분을 생각하지 않은 도를 넘은 농담 정도로 여기는 것 같았다. 그들의 반응을 보고 나는 매니저에게 보고하지 않았다. 보고해도 별 피드백이 없을 것 같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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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대로 이런 경우도 있었다. 동료들은 나의 까만색 생머리를 보고 늘 부러워했다. 유러피안 중에 윤기나는 직모를 가진 사람들은 거의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나와 사진을 찍으면 네가 너무 포토제닉 해서 부럽다고 한 동료도 있었다.

내가 한국인이여서 가지는 외모적 특징(까만 생머리에, 까만 눈동자, 흰 피부)에 기반한 일종의 인종차별적 칭찬인 것이다.  예를 들어 흑인들에게 피지컬이 좋다며 치켜세우는 단어로 그들에게 흑형이라고 부르는 것처럼 말이다. 

 

그리고 사실 인종차별을 하는건 유러피안들의 소위 종특이 아니라 중국인이나 다른 아시안들도 그랬다. 

 

 

중국인 관광객 손님들은 나에게 다짜고짜 중국말로 무엇인가를 물어본다. 내가 자기들과 생김새가 비슷한 아시안이라는 이유만으로 당연히 중국인이거나 중국말을 할 줄 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솔직히 이게 더 기분 나쁜 인종차별이다.)

 

언젠가는 타이 레스토랑에서 남자친구를 기다린 적이 있었다. 10분 정도 앉아있으니 남자 친구가 들어왔다. 남자 친구가 들어와서 하는 말은 조금 충격적이었다. 동양인웨이터가 몇 분이냐고 하길래, 내 여자 친구가 먼저 와서 기다리고 있어요.라고 했더니, 그 동양인 웨이터가 아 그 중국분이요? 하더란다. 그래서 남자 친구가 아니요, 그녀는 한국사람이에요. 해도 듣지 않고 아 그 중국 여성분 저기 앉아있습니다.라고 자리를 안내해주었다고 한다. 

본인도 동양인이면서(타이분이였던 걸로 기억), 내 외모만 보고 당연히 중국인이라고 생각했을 거라는 그 발상자체가..너무 불쾌했다. 

 

 

같은 아시안끼리 하는 외모적 차별은 정말 상상이상으로 기분이 더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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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날 이후로 도대체 우리가 말하는 인종차별이라는 것은 무엇인가에 대해 기준점을 생각했다. 

나에게 인종차별은 아시안 문화에 대해 무지해서 무지함에서 비롯된 잘못된 발언을 하는 것, (니하오 인사나 아시아 보편적 특성에 대한 조크) 그리고 그걸로 인해서 기분이 나빠지는 것, 그리고 겉모습만 보고 국적을 단정 짓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코로나 이후로 미국이나 유럽 전역에서 아시안을 보는 시각이 전과는 달라질것 같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 

그렇기 때문에 영국정부나 아시안 스스로가 본인들의 문화와 인종차별에 대해서 적극적으로 대응을 할 필요가 있다. 부디 런던을 포함한 외국에서 아시안 혐오로 인한 폭력사건이나 그로 인해 상처 받는 사람들이 적어졌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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