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은 매일이 황금연휴

 

 

4월 30일부터 한국은 일명 '황금연휴'의 시작이다. 부처님 오신 날부터 근로자의 날, 어린이 날까지.

코로나 집콕에 지친 사람들이 제주도며 강원도며 펜션에 비행기표가 모두 매진이라니 2020년의 대박 황금연휴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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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나의 매니저가 팀 멤버 모두에게 각 각 남은 휴가 일수를 계산해주며 4월 전까지 모두 사용하라고 공지를 내렸다. (영국은 풀타임 40시간을 기준으로 연간 28일의 유급휴가가 주어진고 매년 4월마다 휴가가 갱신된다.)

지난 한해 파리로 휴가도 다녀오고 한국에도 다녀왔는데도 나에게는 미처 쓰지 못한 총 8일의 휴가가 더 남아있었다!  나는 그걸 어떻게 써야 하나 끙끙댔다. 괜히 바쁜 날 휴가를 내면 팀원들에게 해가 될까 싶어서 화요일? 수요일? 아님 일주일 통째로? 이리짜보고 저리짜보며 하루 종일 휴가를 가지고 씨름하는 날 보고 마리나는 Eun 휴가 쓰는 게 뭐가 그렇게 어려워? 나 같으면 3초 만에 정했어! 라며 웃었다. 

 

 

고기도 먹어본 놈이 먹어본다고 했던가,  뼛속까지 성실한 개미 같은 근로자라 휴가를 쓰라고 권장을 해도 당당하게 쓰지 못하는 내 모습이 치사해 보였다. 아니 그렇게 학습되어온 나의 노동자 뇌가 미웠다. 

한국에서 내가 일하던 곳은 개인 병원의 방사선사였는데, 개인병원 특성상 원장님이 쉬는 날 같이 쉴 수 있는 구조였다. 그래서 내 결정으로 내가 원하는 날에 휴가날짜를 써보지 못해서 생긴 병 이리라. 

 

 

 

2019년의 팀멤버 홀리데이 계획이 잡힌 달력

 

영국에서 일 할때 가장 좋은 점은 나에게 주어진 유급 휴가를 내가 원하는 날에 언제든 쓸 수 있다는 점이다. 회사마다 휴가 전 노티스를 주는 기간은 다르겠지만 평균적으로 3주전 정도에만 노티스를 주면 된다. 더 좋은 점은 정해진 노티스를 주고 휴가를 아무리 오래가도 위에서 누구 하나 뭐라고 하는 사람이 없다. 되려 매니저와 동료들은 너 이번 홀리데이엔 언제 누구랑 가니? 재밌겠다! 즐거운 홀리데이 보내고 와! 라면서 서로의 홀리데이를 궁금해하고 즐거워한다. 영국인들에게 유급휴가는 당연한 노동자의 권리이며 눈치 볼 것이 전혀 없는 문화인 것이다. 

 

 

대신, 영국의 국가적 공휴일(일반적으로 뱅크홀리데이라고부름)은 한국보다는 휴일숫자가 적다. 그렇다 하더라도 자기가 원하는 날짜에 아무의 눈치도 보지 않고 훌쩍 떠날 수 있다는 게 더 큰 장점으로 다가온다. 게다가 풀타임/파트타임 할 것 없이 모두에게 유급휴가라니! 돈 받고 마음껏 떠날 수 있는 홀리데이는 영국의 근로자들에게 매일이 황금연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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