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시대, 우리가 결정한 우리만의 스몰웨딩

 

 

처음부터 블로그를 읽으신 분이라면 알 수 있겠지만, 우리는 코로나 전부터 결혼을 계획하고 있었다. 

그래서 영국에 있을 때부터 루크와 여러 번 이야기를 나눈 것이 어떤 방식으로 웨딩을 치를 거냐였다.

웨딩 방식에 대해 짝짝꿍이 잘 맞았던 루크와 내가 내린 결론은 

'최소한의 것만 하자. 그리고 나머지는 비자받는 일과 우리가 살집, 허니문에 투자를 하자. 그리고

우리가 1~2년 뒤 여유가 생기거나 아기가 생겼을 때, 정식으로 하객들을 초대해 웨딩세레모니를 올리자'였다.

 

 

 

그래서 나의 비자가 만료되기 전까지 루크의 못다 뵌 친인척들을 만나 뵙고 한국에 같이 돌아가 

우리 가족들을 만나고 혼인신고를 마치기로 계획을 만들어두었다. 

 

 

한-영 국제커플이기에 어느 한 나라에서 웨딩을 치른다는 것은 상상만 해도 진이 빠졌다. 

루크네 가족들을 한국에 모셔온다던가, 나의 가족들을 영국으로 불러야 하는데 비행기 값이며 숙박비며 

모든 것을 케어할 자신이 없었던 것이다. 

그렇다고 양쪽 나라에서 각각 한 번씩 총 두 번을 올리자니 경제적으로 부담이고 번거로운 일이었다. 

 

 

사실, 지금 당장 비자와 살집을 해결해야 하는데 애먼 결혼식에 열을 올리고 있을 시간과 여유가 없었다는 것이 

가장 큰 이유겠다. 그리고 나의 '주인공 되기 싫어'라는 이상한 성격도(?) 한몫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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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에서의 웨딩은 한국식 웨딩홀 패키지처럼 간단치가 않다. 

우리의 세레모니를 위해서 손님들을 초대해서 파티를 연다.라는 연회의 느낌이 강하기 때문에 하나부터 열까지 신랑-신부의 선택이 들어간다. 게다가 축의금이라는 개념이 없기 때문에, 축의금으로 결혼비용을 소위 '퉁' 치는 문화가 없어

경제적인 부담은 고스란히 부부의 몫이 된다. 

 

 

관련칼럼 읽기 : : 영국의 웨딩문화는 어떨까? 

영국웨딩문화 : : 웨딩게스트로 참석한 결혼식

 

우리 엄마는 딸이 한국에서 결혼식을 치르지 않는 것에 대해 큰 불만은 없으셨다.

사실 부를 친척이나, 친구가 적어 축의금으로 '뽕빼야 한다.'라는 의지도 거의 없으신 스타일이고, 

나의 독립적이고 소란스러운 것을 좋아하지 않는 유별난 성격을 아시기 때문이었다.

 

 

루크의 부모님도 우리의 미니멀리즘 웨딩 계획을 들으셨을 때 별로 부정적인 반응이 없으셨다. 

(나는 루크의 말만 전해 들었으니, 속내야 알 길이 없지만 부모님 반응은 그래 그렇게 하렴~ 좋은 생각이구나. 였다고 한다.)

아마, 내가 영국인이 아닌 한국인이라는 점 때문에 상대적으로 이해의 폭을 더 넓었고

기대치가 적었기 때문이지 않을까?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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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객들을 초대해 세리머니를 하는 '본식' 자체만 없을 뿐이지, 우리 커플도 챙길 건 다 챙기려 한다.

루크는 집안 대대로 내려오는 약혼반지를 나에게 끼워줄 계획이라고 이미 귀띔을 해주었고(원래 먼저 말하면 안 되는 거 아닌가? ㅎㅎㅎㅎ), 한국에서는 한복 웨딩 스냅과, 웨딩 밴드를 맞출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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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인 남자친구와 한복웨딩스냅찍기 준비(스냅퍼 추천!)

 

사실 본식보다 중요한 것은 나의 '영국 비자받기' 이기 때문에 배우자 비자를 준비하고 받는 일, 그리고 

영국에 돌아가서 둘이 살 집을 구하는 것에 더 많은 초점을 둘 듯하다. 

 

 

이미 같이 살 집이 정해져 있고, 비자 걱정을 안 해도 되는 국내 커플 혹은 국제 커플이라면 

우리처럼 극도의 미니멀리즘화 된 '초 스몰 웨딩'을 고려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하지만 우리 커플은 우리가 웨딩에 대해 어떤 생각과 취향을 가지고 있는지 대화로 알게 되었고,

양측의 부모님께서도 훈훈하게 그만하면 됐다.라고 해주셔서 우리가 한 선택 그대로를 존중받을 수 있었다는 점 에서참 감사하게 생각한다. 

 

 

그리고 우리가 가진 예산 한도내에서, 정말 우리 커플에게 '당장 필요한 것' 위주로 꾸려나가다보니

부부가 오롯이 결정해낸 독립적인 느낌의 커플이 된 것 같기에 마음이 더 든든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