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 우울증일까? 영국이나 한국이나 사는건 힘들다

이제 임신 30주 차에 접어들었다. 드디어 예정일 까지 10주가 남은 셈이다. 

지독하고 악몽 같았던 입덧 시기를 끝내고 평화로웠던 중기, 그리고 출산의 압박이 다가오는 막달이 되니 

감정 기복이 심해진다.

 

 

특히 나는 영국에서 가족이나 친구 없이 지내야 하서 더욱 그런 것 같다. 

모든 일에 다 제약이 걸리니... 마음이 답답하기만 하다. 

혼자 나가서 바람도 쐬고 쇼핑도 하고 까페도 가고 친구들도 만나는 생활들을 여기서는 전혀 할 수 없다.

오로지 남편 하나만 바라보고 사는 셈이다. 

 

 

런던에 딱 하나 있는 한국인 동생이 있지만, 그마저도 내가 몸이 무거우니 기차까지 타가면서

런던을 나가기가 부담스럽다.

그리고 남편은 코로나에 지독하게 예민해서, 내가 혼자 어디 나갈려고 하면 우선 걱정부터 하고본다

(사실 좋은거지만 자유방임주의자인 나는 그게 답답하게 느껴질 때가 너무 많다.)

 

 

곧 출산을 할거니까 직업을 구하는일도 '멈춤' 상태가 되었다.

지금 프리랜서 일을 하고 있긴 하지만,

단순 노동이나 마찬가지이고 최저시급도 안되는 건바이건 프리랜서 일이라서 

불안감이 항상 있는 상태이다.

 

 

아기를 낳고 나면 이 곳보다 더 외곽으로 나가게 될 텐데, 진짜 걱정이 크다. 

이러다가 가족과 아기만 바라보고 사는 하우스 와이프가 되어버릴까봐....

 

 

남편에게는 하우스 와이프가 되고 싶지 않다고 말해두었다. 

나는 큰일 하면서 살고 싶다고 말이다 ㅋㅋ 돈도 많이 벌고 커리어 적으로 완성된 여성이 되고 싶다고 말이다.

 

 

워홀 시절에는 배우자비자만 있으면 모든 것이 다 해결 될 줄 알았다. 

워홀러 전반에 깔린 외국인 노동자의 불안감을 배우자 비자가 몽땅 해결해 줄줄 알았다. 

하지만, 배우자비자로 영국에서 임신하고 살아가다보니, 역시나 한계를 느낀다. 

 

 

내가 태어나고 자란 곳이 아니기 때문에 오는 음식,문화에 대한 괴리감

(3년차 영국생활 중인데도 아직도 음식은....하 절레절레) 

워홀러도 아니고 직장인도 아니다보니 친구가 없음, 특히 요즘은 코로나 시대이기도 하고 내가 일을 안하다보니 외국친구들을 사귀는 것조차 어렵다 

 

 

요즘은 영어에 대한 의욕도 떨어져서, 예전 처럼 영어를 들으면 막 공부 욕구가 샘솟고 자극되는게 아니라

그냥....지겹다...진짜로 지겹다 

 

 

정말이지 삶은, 영국에서나 한국에서나 힘든 건 매 한가지다. 

어쩌면 나는 임신 하기 전 생기 넘치고 목표가 있던 내가 그리운 걸지도 모르겠다.

변해가는 몸을 보면서, 멈춰있는 내 커리어를 보면서 우울해지는건 당연한 걸 지도 모르겠다. 

 

 

하 힘내야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