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인들이 동성애문화/성소수자 LGBTQ+ 를 대하는 방식

 

최근에 넷플릭스에서 Heartstopper 드라마를 정주행했어요 영국 10대들의 성소수자, 동성애 문화를 유쾌하면서 꽤 진지하게 그린 드라마인데요 한명한명의 캐릭터들이 다들 너무 사랑스러워요..! [아직 안보신분 있다면 추천합니다!]

 

 

원작만화가 기반이라고 합니다

 

 

 

 

 

영국의 틴에이저 드라마여서 더욱 이입된 것도 있었구요, 사실은 주인공 중 한명이 너무나 제 취향이여서...! 닉 얼굴 보려구 열심히 봤습니다 ㅎㅎㅎ

 

 

 

제가 푹 빠진 배우는 바로 Kit Connor 인데요, 극중 이름은 닉입니다

 

 

 

리트리버미 넘치는 순둥이 느낌

 

 

 

 

 

남편에게 말하니 '진저에 주근깨 있잖아!" 라며 얘가 어디가 잘생겼어..? ㅇ_ㅇ? 라면서 다소 이해안된다는 표정으로 바라보더라구요 영국에선 진저헤어컬러 (=빨간머리) 를 별로 매력적으로 느끼지 않아요

 

 

 

 

마쉬멜로우같이 귀여운데 별로 진저헤어도 아닌데 말이야 ㅎㅎㅎ

 

 

 

아무튼 본론으로 넘어와서 오늘 이야기해드릴건 영국사회가 성소수자, 동성애문화를 대하는 방식이 얼마나 특별한지에 대해서에요

 

런던에서 워홀러 시절, 패션세일즈로 일할때 게이들을 많이 만났어요 물론 레즈비언과도 일한적도 있구요 영국, 특히 런던에서는 게이동료를 만나는일은 정말정말 흔합니다 패션계에서 일하는 남자를 만나면 솔직히 99% 는 게이라고 보는 경향이 있긴 하거든요 (대부분 맞는말이긴함ㅎㅎㅎ)

 

 

 

저는 한국에서 지난 25년을 넘게 살면서 게이라던가 레즈비언, 혹은 트렌스젠더 등의 성소수자 들을 만난적이 단 한번도 없거든요 한국사회가 그만큼 오픈되어있지도 않고요, 개인적으로 정체성을 드러내고 싶은 분들이 많지 않은거겠죠

 

 

 

하지만 런던에서는 정말정말 흔한일입니다 그리고 아무도 그걸 감추려 들거나 "너 게이지! 너 레즈비언이라며?" 손가락질 하지 않습니다 그랬다간 아마 정작 본인이 HR 에 리포트 당할듯 싶네요.......ㅎ

 

 

 

 

2018년, 런던에서 열린 LGBTQ+ 퍼레이드

 

 

 

런던에서는 매년 게이 퍼레이드도 열립니다 더 상세하게 말하면 LGBTQ(레즈비언,게이,바이섹슈얼,트렌스젠더,퀴어) 들만의 퍼레이드가 열려요 지난 2년은 코로나때문에 어떻게 했는지는 몰라도 2018년에 열린 퍼레이드는 정말 성대했습니다...! 옥스포드 스트릿 전체를 퍼레이드로 장식되었으니깐요 특별한 사람들이 화려하게 분장을 하고 큰 음악에 맞추어서 댄스 댄스 하면서 런던 일대를 돌아요

 

 

 

그덕분에 이날 런던의 교통은 올스탑입니다..!

 

 

 

 

화려한 분들 정말 많았어요..! 볼거리가 많은 퍼레이드

 

 

영국이 얼마나 동성애 문화에 오픈되어있냐하면 아이들이 보는 책에까지도 동성애 이야기를 다룹니다 이건 저도 좀 상상을 못한 부분이긴 한데요, 엊그제 아기와 함께 서점을 갔다가 유아동 코너에 가서 '할아버지 댁에 놀러갔어요' 라는 책을 봤어요 훈훈한 일러스트가 그려진 동화책이어서 집어들었죠

 

 

 

그리고 몇장 읽어보는데 이런 장면이 나오더라구요...!

 

 

 

 

할아버지의 파트너는 남자였습니다 두둥..!

 

 

 

 

 

바로 할아버지의 파트너는 남자였던것! 생각치도 못한 신선한 전개에 놀랐습니다

 

 

 

하긴, 이게 찐 현실이긴 하죠 세상은 할머니-할아버지 엄마-아빠 처럼 스트레이트 커플로만 이루어져있지 않으니깐요 벌써 저만해도 게이커플을 여럿 아는걸요

 

 

세상은 다양한 관계들로 이루어져있단다 를 아이들이 어렸을 때부터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사회가 나서서 알려준다면,성소수자들이 사회적편견으로 인해 고통받을 일도 적어지겠죠

 

 

 

게다가 더욱 신선했던게 책에서 할아버지의 파트너가 죽었거나 헤어졌거나 그런 일말의 힌트조차 주지 않습니다 손녀가 "그럼 할아버지 친구는 지금 어딨어요?" 라고 물어보니 할아버지는 그저 담담하게 "우리는 더이상 함께 놀러다니지 않는단다-" 라고 말해요

 

 

 

참- 영국스러운 문장이다 라고 느끼면서 이나라 사람들은 도대체 어디까지 다양한 관계들에 대해 편견없이 바라보고 있는건가? 라는 생각도 들더라구요

 

 

 

제가 넷플릭스 드라마 HeartStopper 를 보면서 특별하다고 느꼈던 장면이 하나 있는데요 바로 주인공이 엄마에게 남자친구가 생겼다고 고백하는 씬입니다

 

 

 

닉은 고민고민을 하다가 자신이 바이섹슈얼이라는 사실을 엄마에게 고백하는데요, 이때 엄마 반응이 찐 감동이에요..! 말해줘서 고맙다라고 말하고, 내가 혹시나 이 사실을 말못하게 너를 불편하게 했다면 사과한다- 라고 해요

 

 

 

사실 우리는 스트레이트가 아주 정상이라고 여기고 그걸 당연하게 가르치잖아요?

예를들어 여자에겐 '남자친구 언제 사귈꺼야?' 라고 당연하듯 물어보고 남자에겐 '여자친구 빨리 사귀어야지!' 라는 식으로요

 

 

 

사실 이 질문은 서로가 스트레이트라고 아주아주 당연하게 전제하고 있는거나 마찬가지에요 그런데 만약 내 아들이, 내 딸이, 내 친구가 성정체성에 대해서 혼란을 겪고 있는 중이라면요..? 스트레이트라고 (당연히)생각하고 물어보는 질문 자체가 상처가 될 수도 있단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남편에게 이렇게 말했어요 나중에 아기가 크면 '너 여자친구 언제 만들거야?' 라던가 '학교에 좋아하는 여자 있니?' 라고 물어보지 않고 좋아하는 사람 있니? 라고 물어볼거라구요

 

 

 

너는 당연히 스트레이트일거야- 라는 전제를 깔지 않는 자세인거죠, 어떤 性을 가졌던 간에 너가 좋아하는 Person 이면 괜찮다고 말이에요 그래서 혹시나 제 아들이 내 성정체성은 무엇일까? 내가 게이인게 잘못된 걸까? 라는 걱정을 덜 하게끔 하고 싶어요

 

 

 

사실 지금에야 영국이 이렇게 오픈되어있다지만 1930년대만 해도 동성애는 중범죄였다고 합니다 영화 이미테이션 게임 보신분 있나요?

 

 

 

 

안보신분 있다면 무조건 추천 !

 

세계 제2차대전을 배경으로 한 실화를 다룬 영국영화입니다 영화 이미테이션 게임에서 주인공 튜링은 게이로 나오는데요, 자신이 동성애자인게 발각되어서 감옥에 갈 위기에 처하자 튜링은 감옥대신 호르몬 주사를 맞는 선택을 합니다

 

 

 

현재의 사회적 가치관을 생각하면 거의 이건 뭐...인권침해 수준입니다 하지만 1930년대의 영국은 동성애를 거의 정신병과 같이 취급했으며 아무리 나라에 도움을 준 천재일지라도 동성애자라면 가차없이 처벌했어요(;;;;;)

 

 

 

이토록 관대한 영국도 사실은 과거에 동성애 를 터부시 여겼고 금기처럼 다루었던 거죠-

 

 

 

 

여태까지 영국에 살면서 직접 경험한 동성애문화에 대해서 이야기 해봤어요, 제가 직접 겪은 이야기들을 쓰다보니 이래저래 글이 길어졌네요! 여기까지 읽으신 분 계시다면 흑흑 감동입니다 ^-ㅠ

 

 

 

동성애-성소수자문화가 한국보다 더 빨리 오픈되다보니 여러모로 한국사회가 배울점이 많다고 느낍니다 그리고 저 자신, 개인적으로도 제 아들을 대할 때에도 보다 다양한 방식으로 접근하고 받아들이게끔 도와주어야겠구나라는 책임감도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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