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상반기 결산

 

# 1월 : 크리스마스/한국에서 홀리데이

12월 루크네 가족과 처음으로 보낸 영국식 크리스마스를 보내고 들뜬 마음으로 런던에 돌아왔다. 

영국식 크리스마스는 영화 속에서나 보던 그런 크리스마스였다. 

거실에는 곱게 데코레이션 된 트리가 서있고 트리 밑에는 포장해놓은 선물박스가 한가득이었다. 영국식 가정식도 먹고, 루크 엄마를 따라 생애 처음 베이킹도 해보았다. 루크가 가장 좋아하는 닭볶음탕도 루크 부모님께 해드렸다. 두분 다 너무 맛있게 먹어줘서 감사할 따름. 

그리고 1월, 한국에서 열흘간의 홀리데이를 보냈다. 먹고-자기 무한 반복만 하다 다시 영국으로 돌아왔다. 

 

 

 

# 2월 : 내생일/라벤더

빠른 년생인 나는 2월이 내 생일달이라 2월을 가장 좋아한다. 하지만 영국의 2월은 1월보다 날씨가 훨씬 구리다. 진짜 구리다 못해 욕 나오게 짜증 날 정도로 구리다. 

런던의 콜롬비아 로드의 주말 꽃시장을 가고 싶어 갔는데 웬걸, 비 와장창+바람 와장창 비바람 대환장 캄보로 꽃은커녕 온몸만 다 적시다 왔다. 그래도 이왕 멀리까지 갔으니 뭐라도 건져야겠다 싶어 라벤더를 한 다발 샀다. 루크와 반씩 나눠서 반은 루크 방에, 반은 내 방에 두는 걸로. 

라벤더가 향이 그렇게 진한 줄 몰랐다. 방에서 보랏빛 향이 약 한 달간은 뿜어져 나왔다. 

 

 

 

# 3월 : 1주년/데본 여행

루크와 나의 1주년을 맞아 데본으로 여행을 다녀왔다. 야외 핫탑이 있고 양 떼 목장을 가진 시골 틱 에어비앤비를 예약했다. 수동 자동차를 운전할 수 있다는 루크 말만 믿고 호기롭게 차도 렌트했다. 

웬걸, 수동 자동차를 마지막으로 운전한 지가 운전면허 딸 때였다니... 하 절레절레... 가면서 몇 번이나 시동을 꺼뜨렸다. 잔뜩 기대했던 에어비앤비는 생각만큼 좋지 않았다. 3월인데도 우리가 간 날이 태풍이 몰려오는 날이었어서 비바람이 잔뜩 불어 야외 핫텁은 하지도 못했다. 

평화로운 양들과, 핫텁, 그리고 상쾌한 공기 마시기를 상상했는데 정작 우리는 추운 방을 덥히려고 나무를 하루 종일 쪼갰고, 불을 직접 지폈다. 야생 체험 2박 3일 하고 온 느낌이다. 

 

 

 

# 4월 : 락다운/한국행

3월 마지막 주, 런던이 락다운을 시행했다. 머리 털나고 처음 겪는 일이다. 내가 일하던 가게도 문을 임시적으로 닫게 되었다. 내 비자는 6월 1일이 만료인데. 돌아가는 꼴을 보아하니 한 두 달 안에 마무리될 것 같지 않아 보인다. 그래서 노팅힐의 방을 빼고 한국행을 결심했다. 

한국에 돌아왔다. 2주간 자가격리도 했다. 

그냥 시간이 멈춘 것 같았다. 다음 계획을 세울 수가 없었다. 매일 확진자 수를 강박적으로 체크하고 안 보던 영국 뉴스를 일일이 챙겨봤다. 이렇게 반강제적으로 영어 리딩 공부가 되는구나. 

 

 

 

# 5월 : 블로그에 글쓰기

하루하루가 불안하고 우울했다. 한국에서의 삶을 다시 시작할 수도, 영국으로 돌아갈 수도 없었다. 

불안하고 초조한 마음을 블로그로 달랬다. 티스토리 블로그를 열고 글을 썼다. 글을 쓰는 동안에는 그나마 불안함이 없어져서 좋았다. 블로그 마케팅 책, 전자책 정보, 구글 애드센스 등... 블로그 하나 시작하니 배울게 많아서 재밌었다. 그냥 글을 열심히 썼다. 처음에는 방문자수가 없었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누적되니 방문자도 늘어났다. 카카오 애드 핏도 달아봤다(10원도 안 되는 수익.. 쩝). 

 

 

 

# 6월 : 배우자 비자/취성패

나의 배우자 비자 준비를 위해 영국에 있는 한국 변호사를 고용했다. 올해 초부터 배우자 비자를 따려고 둘이서 열심히 돈도 모았다. 변호사 고용을 하니 이제야 한걸음 다가선 기분이다. 

영국에서 독학하던 코딩을 한국에 있는 동안 제대로 배워보고 싶어서 국비지원 취성패 패키지도 알아봤다. 취성패를 받기 위한 직업상담을 받는데만 한 달이 소요됐다. 이렇게 오래 걸릴 줄 알았으면 진작 할걸. 아마 7월부터 듣게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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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달별로 있었던 일을 정리하니, 나름 열심히 살았구나 싶다.

대략적으로라도 기록을 하니 내가 한 일들이눈에 보여 성취감이 느껴진다. 

남은 달 수도 무언가를 기록하고 생산하면서 살아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