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코로나대응, 한국처럼 못하는 이유.

영국의 코로나로 인한 사망자 수를 체크해보니 현재 날짜 기준 19,506 명이 되었다. 유럽의 강대국이라는 나라의 의료시스템이 이렇게도 무력했나 싶어서 한숨만 나온다. 

 

 

코로나 초기, 아시안들이 마스크를 쓰고 있는 것 위주로 보도를 내보냈다.

 

영국에서 첫 코로나가 발생한 시점은 1월경이었다. 이때만 해도 영국 정부는 코로나가 중국에서 발생된 계절성 독감 정도로 치부하고 신문 앞면은 늘 아시안들이 마스크를 쓰고 있는 모습이나 중국 우한이 도시 봉쇄되었다는 이야기들을 주로 실었다. 

 

 

 

2월경, 대구의 신천지 환자로 인해 한국의 코로나 수가 급증했고, 나는 런던에서 한국 뉴스를 보면서 확진자 수를 매일 체크하고 다시 한국에 돌아가지 못하면 어떡하지?라는 불안에 시달렸다. 그리고 지난 크리스마스 시즌부터 해서 런던 중심가에서 마주친 아시안 관광객 수가 몇 명이었는지를 헤아리며 런던도 이제 곧 시작일 거라고 조심해야 한다고 떠들었다. 

 

 

 

그때, 남자친구와 동료들이 보였던 반응은

 

"여긴 괜찮을거야, 아직 확진자 수도 없고,"

"과민 반응하지 마. 곧 끝날 거야. 은 너 한국에 돌아갈 수 있어."

"자신의 면역체계만 강하면 코로나 바이러스는 금방 이겨낼 수 있어, 감기 같은 거라잖아. "

"손만 잘 씻으면 된대."

 

라는 반응들이었다. 

 

 

남자 친구를 포함해 유러피안들은 코로나바이러스의 공포감을 전혀 느끼지 못하고 있었다. 그들은 코로나가 중국에서 중국사람들이 박쥐를 먹어 생긴 무식하고 미천한 병, 그렇지만 영국을 덮치지는 못할 감기 정도라고 생각했다. 

 

손 잘씻고 기침할땐 가리고 캠페인에 주력했던 영국

 

3월 초쯤이었을까, 옆 나라 이탈리아가 대규모 확진자 수를 내면서 상황은 금세 역전되었다. 그런데도 영국 사람들은 여유가 넘쳤다. 보리스는 손만 잘 씻으면 된다고 했고, 내가 일하던 가게, 레스토랑, 펍들도 계속해서 영업을 이어나갔다. 

매일같이 남자 친구와 동료들에게 코로나의 위험성을 세뇌시켰지만 나만 혼자서 안달복달이었다. 

영국도 뭔가를 해야 한다며, 손만 잘 씻어서 될 일이 아니라고 말이다.

얼마 지나지 않아 이탈리아가 도시 봉쇄령을 내리고 프랑스, 독일 등 이웃 유럽에서도 확진자수가 매섭게 늘어나고 영국은 유럽 중에서 가장 늦게 런던의 모든 가게를 닫았다. 

 

 

영국은 유럽 중 가장 늦게 도시봉쇄령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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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은 세계대전 이후로 엄청난 부와 평화를 그 누구보다 일찍 이룬 나라들이다. 그래서인지, 나에게 유럽은 유럽연합이라는 연대 아래 호의호식하는 부잣집 딸내미들 같은 느낌이었다.

그와 반대로 한국은 역사적 아픔과 경쟁이 뒤섞여 어떻게든 잘 살아보자가 모토인 생활력이 강한 꿋꿋한 소녀 같았다. 

 

 

일제 식민지, IMF, 급성장한 경제 속에 감춰진 과열된 사교육 경쟁, 일본과 중국의 경제무역 도발, 매해 연례행사처럼 핵실험을 하는 북한, 4년에 한 번씩은 찾아오는 메르스, 사스 같은 불청객들. 

이렇게 수많은 고난 속에서 한국과 국민들은 어떻게든 살아남으려고 시스템을 계속해서 발전시키고 극 효율화시켰다. 그리고 나라에 전쟁이라도 나면 호미라도 들고 나와 나라를 지키려고 하는 한국 사람들 특유의 공동체 정신은 발전된 시스템을 극대화시키는데 일조했다. 

 

 

늘 여유로운 유러피안과, 긴장된 채로 살아가는 한국인들.

 

 

 반대로 영국을 포함한 유럽은 세계대전 전후로 거대한 식민지를 지배했고 식민지로부터 얻은 부 때문인지 늘 여유롭고 자유로운 모습이었다. 항상 쫓기듯 바삐 뛰어가고 기계처럼 정신과 몸을 단련해나가는 한국사람들의 시선에서 보기에는 선망의 대상이었고 동경의 나라였다.  서구권 승자를 중심으로 쓰인 역사 아래 유럽은 승자의 풍요로운 땅이었기에 경쟁, 살아남기, 투쟁과 같은 단어들과는 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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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듯 애초에 한국과는 다른 생활과 그 생활을 오랜 시간 동안 영위해온 영국은

한국이 코로나에 대응한 시스템 자체를 절대 따라오지 못한다.

 

 

 

영국의 국민성 자체도 한국과는 다르다. 한민족이라는 단어 아래 한국 국민들의 나라사랑은 가히 놀랍다. 같은 민족인 북한이 도발하는 것은 참아도, 식민지 지배를 했던 일본이나, 늘 무시하던 중국이 도발하는 것은 절대 못 참는 것처럼. 한국인이라는 이름 아래 문제 해결을 위한 단합력은 최고이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영국은 수 많은 이민자들과 함께 살고 있고 자유와 자기표현을 중시하는 그들에게는 공동체의 문제 해결이란 그저 남의 일일 뿐, 관심도 해결할 의지가 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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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불구하고, 영국은 영국 나름의 시스템과 시선을 가지고 문제를 천천히 해결해나가고 있다.(뼛속까지 한국인인 내가 보기엔 고구마 열개 먹은 것처럼 영 답답하고 못 미더워 보이지만 말이다.) 

 

 

영국은 모든 가게를 셧다운 내림과 동시에 일을 못하는 노동자들을 위해 정부에서 80% 임금을 지원해주는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나 또한 가게가 닫으면서 일을 강제로 못하게 되었기에 가게에서 50%만 임금을 주겠다고 했지만, 영국 정부의 정책 발표 이후 80%를 받게 되었다. 하지만 이것도 5월 말까지만 유효한 것이고, 그 이후로의 계획은 정부로부터 이렇다 할 발표가 없는 상황이다. 

 

 

코로나 확진자 동선을 체크할 수 있는 앱을 블루투스 형식으로 구글에서 만들었다고는 하는데 정부의 강제성 없이 원하는 사람들 위주로 사용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이 또한 단시간에 코로나 전파를 잡는데 효과가 있을지는 미지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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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전후로 세상은 변할 것이다. 특히 유럽은 더더욱.

 

코로나로 인해 유럽에 가지고 있던 동경, 선망 같은 것들이 조금씩 무너져 내리고 있는 걸 실로 경험한다. 영국에서도 코로나 전과 후의 삶이 확연히 달라질 것이라고 계속해서 강조하고 있다.

 

 

그들도 아는 것이다. 코로나로 인해 자신들의 나라가 이전과 같지 않다는 것을, 그리고 그렇게 살 수 없다는 것을 말이다.

 

 

코로나를 시작으로 영국이 대영제국의 환상에서 빠져나와 국가적 시스템을 효율적으로 재정비하고 유러피안 특유의 승자 인식이 변화되는 계기가 되기를 바라지만 과연 그 인식이 빠르게 변할 수 있을지는 시간을 두고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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